오창단지 전경.
(충북테크노파크 지역사업단장)
오창과학산업단지가 전국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1980년대식 개념으로 보면 ‘공단’이지만 공장만 들어서 있는 다른 산업단지와는 판이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계획된 신도시 개념의 산업단지라 할 수 있다.
산업과 연구, 교육, 주거, 문화 등이 복합된 전원기술도시 조성계획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뛰어난 입지와 자족형 신도시로서의 편리함, 거기에 지자체의 강력한 추진력까지 보태져 활력을 더해가는 오창과학산업단지는 분명히 5년 또는 10년 뒤에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의 발전을 견인할 구심점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산업화시대의 공단은 노후한 굴뚝들이 가득한 회색빛이었다. 낡고 칙칙한 건물들이 즐비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전통의 공단들은 그 틀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창과학산업단지는 행운의 땅이다.
외환위기 이후 과거의 공장, 공단이라는 개념에서 획기적 변화를 이룩한 대표적 사례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수원공장과 구로디지털단지를 들고 있다. 이들의 변신은 혁신클러스터 구축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가전제품 제조의 메카였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단순한 제조단지가 아닌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R&D) 쪽으로 방향전환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나지막한 잿빛 공장들이 빼곡하던 수원사업장은 고층건물 속에 연구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첨단 연구개발단지로 재탄생하였다.
가발을 만들던 여공들과 선반공들로 넘치던 구로공단이 신기술의 벤처기업인들로 바쁜 구로디지털단지로 바뀌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5년 말 구로디지털단지를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조성하는 계획도 등장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개발연대, 가난한 한국을 먹여 살린 구로공단이 앞으로 10년 뒤 한국을 먹여 살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산업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임금이 보다 싼 중국, 동남아로 대거 떠났고 그 빈자리를 IT, BT 등 첨단산업들이 메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식기반경제 하에서 지역경제 성장의 모멘텀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각 국은 지식기반산업 중심의 벤처기업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정보통신산업의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나 스웨덴의 시스타, 바이오클러스터로서 ‘DNA 앨리’라 불리는 워싱턴DC 근처의 몽고메리 카운티는 이에 적합한 과학기술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편 캐나다의 오타와는 얼마 전까지 행정중심에서 2001년 이후 첨단산업 중심으로 이미지를 바꾼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인프라 및 고품격 삶의 질 환경 조성, 연구개발형 첨단 대기업 입지와 이로부터의 활발한 창업 그리고 제도적 환경 등이 크게 기여했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오타와의 경우, 시정부가 도시미관 증진과 매력적인 지역사회 형성에 주력하면서 지역에 거주하는 고급인력을 찾아 첨단기술 기업들이 몰려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오창과학산업단지는 이미 대덕특구 및 인근 광역클러스터들과 협력해 충청권의 IT산업클러스터로 부상하고 있다. 오창과학산업단지를 핵심으로 하는 오창혁신클러스터사업은 지역에서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은 물론 충북을 경제특별도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여건을 토대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역의 ‘성장스펙트럼(Growth Spectrum)’, 즉 단계별 복합 성장전략이 요구된다. 세계화 및 퓨전기술 시대에 맞는 글로벌 네트워크형 비즈니스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스웨덴 시스타클러스터의 성공요인으로 지역과 기업의 파트너십 형성, 기업이 성공해야 지역도 성공한다는 인식확산, 어메너티와 관용의 문화조성,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추진, 차별화된 경쟁우위 확보 등이 꼽히고 있다.
또한 미국 부르킹스연구소는 몇 해전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그 결과가 매우 시사적이다. 특화된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연구예산, 특허건수 등의 연구개발 능력과 기업설립, 벤처캐피털 투자액 등의 상업화 능력이 모두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전자인 연구개발능력은 국가적, 지역적으로 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반면 후자인 상업화 능력은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오창혁신클러스터의 성공여부는 지역기업들에 대한 상업화지원 능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오창혁신클러스터사업 추진은 지역의 단계별 복합 성장전략을 모색하고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형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