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을 통해 살아나는 것들

2017.08.07 13:58:50

연순동

청주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대구 골목 투어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 이렇게 여러 번 가게 된 것은 해설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분은 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펼쳐 놓는 마술사와 같았다. 대구 중구 동산동 '90계단길'을 오르면 왼쪽으로 청라(靑羅)언덕이 있다. 스트레스도 많고 향수병에 걸리기도 했던 그들은 안락하고 평안한 보금자리를 찾아 언덕을 사들이게 되었다. 자연 그대로의 햇빛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하고 아늑한 언덕에서 고단함을 잠시 잊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여름이 오면 언덕의 주택은 담쟁이 덩굴로 장식된다. 청라는 푸른 담쟁이라는 뜻이다.

청라언덕을 떠올릴 때마다 의료 박물관에서 받은 감격은 내 마음을 뭉쿨하게 한다. 시력 측정기, 마취기 등 크고 작은 의료기들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 외모만 보아도 반감을 갖는 우리들에게 가까이 다가올 방법은 의료가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 곳을 떠올릴 때마다 그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여행이든 예술 작품 감상이든 해설을 들어야 제대로 감상을 할 수가 있다. 수목원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둘러보면 될 성 싶지만 해설을 들어 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보인다. 천리포 수목원에 갔을 때도 나무의 특성을 한 가지 한 가지 상세하게 안내하던 그 분 덕분에 천리포 수목원의 진가를 다시 알게 되었다. 완도 호랑가시나무도 눈에 띄었고 민병갈 박사 나무 목련도 보았다. 내가 죽어도 묘를 쓰지 말라고 했단다. 그 이유는 묘 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는 뜻이었다고 했다.

청라언덕과 천리포수목원의 공통점은 이국 땅에 와서 우리나라를 우리보다 더 아름답게 가꾸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좋아서 했고 뚜렷한 자기 신념을 죽어가면서까지 해냈던 선구자들인 것이다.

문화재나 역사에 숨어 있는 진실한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해설사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런 좋은 내용을 몰랐을 것이다. 여행에는 반드시 해설사가 필요하다. 그 결과 단순한 놀이가 아닌 체험학습이 마련되는 것이다.

해설사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마취기가 일찍 들어온 것은 마취를 하지 않고 그냥 수술을 하다보면 그 아픔 때문에 쇼크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일은 미연에 예방을 해야 한다.

소나무는 잎이 두 개, 리기다는 세 개, 잣나무는 다섯 개의 잎을 가지고 있음도 알았다. 공기 중에는 산소가 21%는 된다. 하지만 자꾸 오염되면서 우리는 답답해진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놓는다. 말하자면 산소공장이다. 동물들의 숙소이다. 메아리 울려 퍼지던 옛 동산이 그리워진다. 이런저런 기억을 더듬으며 선인장을 컴퓨터 옆으로 옮겨 놓았다. 전자파 방지를 한다는 해설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타인에게 유익을 주어야 한다. 수해 현장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포크레인을 보며 가슴 뿌듯하다. 억세게 일을 잘 하기 때문이다. 온갖 어려움을 무릅 쓰고 기어이 피어나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들꽃을 보며 나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지난 7월 15일 폭우로 잠 한 숨 자지 못한 친구가 있다. 산 속이라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뿌리 깊은 마무가 잘 버텨 주어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유익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금방 질식해 버리고마는 우리 나약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산소같은 좋은 것을 나누어주는 삶을 살자. 여행객에게 딱 붙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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