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년의 세월

2017.03.29 14:13:09

조무주

객원논설위원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세월호가 3년의 세월이 지나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깨지고, 녹슬고, 부서진 상태였다. 세월호 선체를 눈으로 확인한 유가족들의 마음은 고통스럽고 착찹했을 것이다. 수습하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은 차가운 바다 속에서 학교를 졸업하고도 남을 시간을 선체에 묻혀 있었다. 28일 오전 반잠수식 선박 갑판 위에서 유골 일부가 발견돼 유가족들을 긴장시켰다. 해수부는 리프팅빔을 받치는 철제 받침대 주변에서 4∼18㎝ 크기의 유골 6개를 발견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는 동물뼈로 확인됐다.

세월호 인양의 가장 큰 목적은 9명의 미수습자를 찾는 것이다. 해수부는 미수습자들이 대부분 선체 3~4층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학생 2명과 교사 2명은 4층 선수 쪽, 여학생 2명은 여학생 객실인 4층 선미 쪽 등이다. 그런데 펄에서 동물뼈가 발견되므로 선체 외부로 유골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저 수색이 보다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최대한의 예의와 품격을 갖춰, 미수습자를 수습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닷 속에서 3년을 지낸 미수습자 시신이 온전히 남아있을 수는 없다. 수습이 된다해도 신원을 확인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미수습자의 시신 수습과 함께 세월호 침몰의 원인 규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의혹이 꼬리를 물어 이를 속시원히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사 당국은 침몰 원인에 대해 무리한 선실 증축, 화물 과적, 부적절한 조타 등을 들었으나 외부 충격설 등도 끊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도 이번 기회에 밝혀지기를 바란다.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해경 상황실 서버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고 검찰에 압력을 가했는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아직도 세월호에 대한 진실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헌재 재판관은 탄핵 결정문에서 "박 대통령이 성실한 직책 수행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미수습자 가운데는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구조하려던 의로운 2명의 교사가 있었다. 고창석 교사와 양승진 교사다. 체육을 담당했던 고 교사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제자들에게 벗어주며 '탈출하라'고 외치고 다녔다. 그는 참사가 일어나기 한 달 전에 부임한 신참 교사였다. 그래서 국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양 교사는 교직에 몸담은 지 30년이 된 고참으로 인성생활부장을 맡고 있었다. 그도 자신이 입었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입혀주고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스스로 배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지 못했다.

단원고 2학년이었던 남현철 군은 음악을 좋아했다. 가수 신용재씨가 부른 '사랑하는 그대여'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이다운 군의 곡과 미수습자인 남 군의 가사로 만들어졌다. "지금쯤 그대는 좋은 꿈 꾸고 있겠죠. 나는 잠도 없이 그대 생각만 하죠. 그대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싶지만 항상 마음만은 그대 곁에 있어요. 사랑하는 그대여, 오늘 하루도 참 고생했어요."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애닯픈 노래다.

해수부는 유물과 시신 수습을 위해 객실 분리 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혹시 모를 훼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 세월호는 인양된 모습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역사적 의미가 있다.

세월호가 바닷 속에 묻혀 있을 때 미수습자 부모의 마음도 함께 그곳에 묻혀 있었을 것이다. 어두운 바닷 속에서 3년을 버텨온 미수습자의 시신과 유품이 하나도 빠짐없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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