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범'식 마누라 다스리기

2017.02.12 14:56:37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용감한 사나이다. '집사람이 비리가 있다면 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란 발언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강심장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제 집 안에서 부부 싸움 중이었다 해도 차마 뱉지 못할 막돼먹은 망언이었다.

평생을 군에서 보낸 그의 총살 발언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슬쩍 꼬불쳐 논 살상용 총이라도 지니고 있다는 위협인지, 발언의 진위에 머리칼이 쭈뼛하다. 선전포고하듯 실언을 쏟아낸 이 사람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 측의 반응도 실망스럽다.

전 전 사령관 부인이 교비횡령 혐의로 법정 구속되자 "제가 전 전 사령관의 국방, 안보 능력을 높이 사서 그 분을 국방 안보분야 자문단의 일원으로 모신 거고, 그 부인을 자문역으로 모신 바가 없다"고 한 입장표명은 침묵함만 못했다.

"문 전 대표가 전 전 사령관 부인을 영입하지 않은 건 맞다. 부인을 쏴 죽이겠다고 한 전 전 사령관을 영입했을 뿐"이라는 날카로운 지적들을 욕이 아닌 약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의 태도가 부인을 자신의 부속물쯤으로 생각하는 지극히 봉건적인 사고 때문이라는 각계의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인범 전 사령관의 아내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남편에게 죽어지낼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심화진은 학교법인 성신학원의 제6·7·12·13대 이사장을 지낸 심용현의 딸이다. 2007년 제8대 성신여자대학교 총장에 취임하여 2011년 연임 총장이 된 그는 2015 제10대 총장으로 다시 재 선임됨으로써 임기가 만료되는 2019년까지 12년 동안 성신여대 총장직을 맡게 돼 있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횡령 의혹 끝에 최근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심총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금수저로 권력 유지 욕구가 남다른 대찬 여인이었다.

전인범 전 사령관의 태생 역시 심진화 총장에 밀리지 않는다. 전인범은 한의사인 아버지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외교관인 모친 홍숙자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덕에 유년시절을 뉴욕 맨해튼에서 생활했던 그는 통역이 필요 없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뛰어난 업무 추진력을 지닌 군의 미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심총장이 전 전 사령관보다 2살 연상이다. 두 사람의 금슬이 어땠는가는 모르지만 썩 편안한 관계는 아니었으리라 본다. 부인을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말이 진심에서가 아니었다고 쳐도, 법정구속이 된 부인을 나 몰라라 하고 연수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선언은 정상적인 남편의 태도가 아니다.

물의를 일으킨 부인을 둔 집안의 가장임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표에 대한 걱정만으로 좌불안석인 점도 거슬린다. '의도치 않게 저의 부족과 불찰로 문 전 대표님께 누를 끼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 대신 국민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우선이었어야 했다.

전인범이 부인을 다루는 방식은 일부 이슬람 문화권에서 자행되는 명예살인과 닮은 부분이 있다. 가족에게 불명예를 준 여자 가족 구성원을 남자 가족 구성원들이 죽이는 행위가 명예살인이다. 도구로 살해하거나 생매장, 돌팔매, 화형 등으로 처단하는 데 매년 5천여 명의 여성들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된다.

명예살인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처벌이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형법상 명예살인을 일반 살인사건과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여성에 대한 살해가 가족 내부 문제다. 가족이 아닌 자가 여성을 살해했을 때도 희생자의 친척에게 '피 묻은 돈'이라는 명목의 위자료를 지불하면 법적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요르단은 '상대의 불법행위가 분노를 일으켜 살인을 저지를 경우 감형을 허락한다'는 규정이 형법 98조로 명시되어 있다.

총으로 쏴 죽이겠다며 명예살인식의 처단법을 공표한 남편을 부인은 용서할 수 있을까. 권력을 좇고 유지하기에 급급했던 금수저 부부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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