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일터 ①충북대병원 문화전시장

아늑한 이색공간… 작은 행복 주는 곳

2008.09.18 21:28:36

편집자 주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문화가 사회발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문화예술 향유가 일부 특권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바쁜 현대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활의 한 패턴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보화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보다 많은 시간을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바쁜 생활 속에서 한정된 문화공간을 찾아 문화를 향유할만한 여유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일터와 문화예술을 함께하는 ‘도심 속의 여유 공간’을 찾아가 보자.

충북대병원 문화전시장에서 한 노부부가 수채화 동호회‘청림회’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갑작스런 몸의 이상신호를 발견했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병원이다. 하루 종일 응급환자와 중증환자들로 붐비는 병원. 그야말로 온갖 스트레스와 고통이 동반되는 공간이다.

조금의 여유도 없을 법한 상황에서 잠시나마 고통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질만한 이색공간이 있다.

충북대병원(청주시 흥덕구 개신동)이 지난 1998년 개관한 문화전시장. 이곳은 현재 수채화 동호회 ‘청림회’의 전시회가 한창이다.

문화전시장은 오전 8시 30분에 개관해 오후 8시 30분까지 자동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일반 갤러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조명시설과 분위기가 아늑하다.

북적거리는 병원 안에 아늑한 공간,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많은 기관·단체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인기 많은 공간이다.

전시장은 병원 홍보팀에 근무하는 연봉흠씨에 의해 처음 제의됐다.

“평소 외래에서 진찰을 받고 검사실로 가는 복도가 약 30m 정도인데 환자들에게 상당히 지루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더라구요. 더구나 회색 시멘트벽이 삭막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한창 사진을 공부하던 연 씨는 병원이란 경직된 공간을 좀 더 온화하게 바꿔보자는 의도로 이 같은 공간을 제안했다.

그러나 첫 전시회 유치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전시작품 섭외에서 ‘병원에 무슨 작품전이냐’며 핀잔도 많이 들었고 작품 섭외도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일부러 찾아가야만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문 갤러리에 비해 1일 외래환자가 1천800명에 달하고 환자 가족과 내원객 수를 포함하면 병원을 오가며 전시작품을 보는 관람객은 하루 2천여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고려해 각 단체마다 전시회를 하겠다고 나서 벌써 1년 전시계획이 모두 꽉 짜여진 상태다.

오는 11월 개관 10주년을 맞는 문화전시장은 지금까지 150여회의 전시회를 유치했고 사진, 서예, 유화, 수채화, 조각전, 도자전 등 각 장르의 전시가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연 씨는 “어느 해인가 자해소동으로 응급실을 찾았던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늘 삶에 회의를 느껴온 그가 우연히 전시장에 걸린 작품을 보고 삶에 의지를 되찾았다며 감사의 글을 보내온 적이 있다”며 “이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씨는 문화전시장에 대해 “하루에도 무심코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 수없이 많겠지만 전시장 끝에 도달했을 때 무언가 가슴 따뜻하고 조그만 행복이라도 담아갈 때 전시장을 운영하는 보람이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충북대병원에 가면 문화전시장에 들러 아픈 곳도 치료받고 마음의 여유도 되찾아 오자.


/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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