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갈대

2015.10.19 13:33:09

이석문

음성군청소년 상담복지센터장

초록에 지친 나뭇잎들이 하나둘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을 맞이하면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으로 분주하다.

마땅히 갈곳이 없어도 누군가가 맞아줄 것 같은 설레임을 가져보기도 한다.

파아란 가을하늘이 더없이 높아져 가고 힌솜털구름 하나둘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면 들판에 익어가는 과일만큼이나 풍요롭다.

가을 단풍이 지기전에 산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청소년 멘토로 참여하시는 몇몇분들과 함께 지난주 조령산을 다녀왔다.

산행을 하면서 멘티로 참여하는 청소년들과 소통의 어려움과 만남의 불연속성등 청소년들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엿볼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보호처분 청소년들에게 멘토로 참여하면서 시간은 걸리지만 청소년들이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는 모습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자신의 누군가를 위해서 할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뿌듯한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위기의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좋은지 또 어떻게 상담하는 것이 좋은지 연구하고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현역에서 은퇴하시고 일흔을 앞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목사님 전업주부님 다양한 형태의 지역분들이 청소년들의 든든한 멘토단으로 참여했다.

처음에는 상담복지센터에서 개설한 카운슬러대학을 수료한 이들이 자원활동가 소그룹을 형성하고 스타디 모임을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멘토단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들 청소년 멘토분들은 자신이 할수 있는 일에 진심을 담아 정성을 다해 청소년들에게 다가간다.

상담의 기본적인 마인드로 공감과 경청을 해주고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마 아빠처럼 자신의 주머니을 끌러 맛있는것도 사주고 청소년들의 얘기도 다정스럽게 들어준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마음도 흐뭇하다.

멘토분들이 하는 일들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청소년을 내자식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 자원활동가 멘토분들의 지친 마음을 조금이나나 풀어주고자 자가용으로 모셔서 산행을 시작하자 곱게 물든 단풍 영상을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담기에 분주하다.

산아래 계곡에는 갈대들이 나부낀다.

갈대를 영상에 담던 멘토분이 나는 갈대만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하신다.

갈대가 가을바람에 흐느끼는 모습을 보아도 가을은 사유(思惟)를 부추긴다고 덧붙였다.

이런 까닭에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는지도 모른다고 피력한다.

"인간은 자연속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이지만 사고를 함으로써 위대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고는 갈대처럼 유연한 자세로 수행되어야 한다 이성의 분별만이 사고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뜨거운 가슴이 그사고를 주도한다"

프랑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파스칼은 자연계의 아주 작은 미물을 통해 우리의 모든 존엄성을 사유로 이루어져 있음을 간파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중 글을 쓰시는 멘토분은 자신의 갈대만 보면 신경림 시인의 갈대가 가슴에 와 닿는다고 하시면서 갈대를 낭송한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임인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모처럼 청소년 멘토분들과 함께하는 가을산행은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우며 오르다보니 힘든줄도 모르고 오를수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의 깊이는 더 깊어진것 같다.

생각하는 갈대는 저를 흔드는것이 제 조용한 울림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아파하고 우는 것도 사유를 향한 갈대의 울음이라는 명제로 더 뚜렷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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