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내리는 단비

2015.07.27 13:34:20

이석문

음성군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장

올해의 초여름은 유난히 가물었다.

논바닥에 물이 없어 거북이등처럼 갈라졌다.

어디 이뿐이랴.

저수지에도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가뭄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듯 속살을 여지없이 내비췄다.

농작물이 타오르는 햇살아래 잎이 말라 배배 돌아가고 뿌리째 고사되는 모습은 우리를 매우 안타깝게 한다.

타는 목마름의 갈증은 비단 농작물뿐이 아닌 것 같다.

사회곳곳에서 진로에 대한 물꼬를 트지못해 정체되고 덧난 상처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진학과 진로에 대한 걱정으로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은 뛰어놀고 싶어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치는 옆집 아이와의 비교를 통해 남들보다 뒤질세라 자녀의 소질과 적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기대치만 요구한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대학입시의 경쟁구도는 남을 밟고서라도 위로 올라서야 한다는 작위적인 명제에 허덕여야만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위해 1~3년은 취직을 위해 매달리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다.

취업이후에도 승진경쟁을 위해 동료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동료의 승진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자신의 불행으로 예단하고 있다.

동료가 승진으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은 나의 불행의 자화상으로 그리고 있다.

오직 경쟁만을 부추기는 사회는 친구를 없게 한다.

친구의 부재는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물들어가게 마련이다.

삶이 피페해지고 사는게 재미없는 이유로 몰고 간다.

현대사회는 경쟁을 피할수 없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경쟁에 의한 사회이고 경쟁을 통해 진보할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쟁은 피할수 없다고 하지만 무엇이든 과도하면 문제가 증폭되게 마련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우리가 인간으로 함께 누려가야 할 협동의 원리를 압도하게 되면 그 사회는 부패하거나 피페해지게 마련이다.

폴란드 태생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사회는 두종류의 삶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정원사의 삶이고 또하나는 사냥꾼의 삶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정원사의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원을 가꾸어가듯 삶을 가꾸어가길 원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원사의 삶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사냥꾼의 삶을 선택하거나 사냥감의 삶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냥꾼으로 살아갈 것인가 사냥감으로 살아갈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가는 시대적 흐름속에서 방관하게되면 자신도 모른게 사냥감으로 내몰리는게 현실이다.

사회적인 현상을 예리하게 통찰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을 해소할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인성을 함양하고 배려와 존중의 문화를 외치면서 경쟁일변도의 사냥꾼의 모습만 제시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일까.

더욱이 부익부 빈익빈의 극단화현상으로 인해 소수의 엘리트층이 자원을 독식하면서 다수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의 구조적 병폐로 이어진다면 그사회 구성원들은 행복할까.

승자 독식사회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은 다수에게 엄청난 좌절과 시련속에서 절망감으로 허덕여야 할 것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공동체의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한번 실패했더라도 다시금 재기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마련될수 있는 정책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다.

메말라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단비가 스며들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사회가 조성되기를 저수지의 뚝방을 거닐며 빗방울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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