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 이용선·최욱진 청주청원署 경제팀 경위

나이도 경력도 동기도 다르지만 경찰의 본분을 지킨 경찰관들

2015.05.28 15:23:06

이용선(좌)·최욱진(우) 청주청원경찰서 경제팀 경위가 경찰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충북일보] "계좌를 풀어주면 5천만원을 드리죠."

지난달 10일 밤 청주청원경찰서 경제팀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통장 명의자라고 말한 한 남성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최욱진(25) 경위에게 부정계좌를 풀어줄 것으로 요구했다.

최 경위는 앞서 사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 A씨가 사용한 계좌 중 하나가 두 달 동안 1만3천여건, 모두 80여억원이 거래된 것을 확인하고 이 계좌를 부정계좌로 등록했다.

전화를 건 남성은 사설 증권거래를 위해 이용했던 이 계좌가 갑자기 막히자 최 경위에게 접근했다.

그는 경찰이라도 개인 계좌를 함부로 정지하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계좌 정지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건네주겠다고 말했다.

"통장에 3억6천만원이 있었는데 이 중 절반을 준다더군요."

어이가 없었던 최 경위는 바로 그 전화를 끊어버렸지만 다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경력 22년차 베테랑 이용선(47) 경위는 순간 이 남성을 통해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불법 주식거래업체 운영자의 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더군요. 잘되면 운영업체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이 경위는 통화내역을 모두 녹음한 뒤 지난달 17일 최 경위와 함께 경찰서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전화의 주인공은 비닐 봉투에 5천만원의 현금을 가지고 카페를 찾았다.

"당신을 뇌물공여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거액의 검은돈. 그러나 두 경찰관은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그를 체포했다.

"욕심이요? 전혀 없었죠. 아마 경찰이 아니고 일반 시민이라도 이런 검은 돈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두 경찰관은 오히려 불법 주식거래업체 운영자까지 검거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지난 1993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이 경위와 지난 2012년 경찰대학교를 졸업한 뒤 임용된 최 경위는 경력과 경찰이 된 동기가 각자 다르지만 한가지 생각만은 일치했다.

커다란 경제범죄 한 건이 여러 건의 강력범죄와 같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은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일명 '앉은뱅이 수사관'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무실 안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경제팀.

그만큼 어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의미다.
ⓒ김동수기자
그러나 두 경찰관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사건을 직접 해결하고 싶은 생각에 퇴근과 휴일을 반납하고 범죄자를 추적하고 있다.

두 경찰관은 앞으로 경찰에 입문할 후배들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초심을 잃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모두들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국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항상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안전에도 항상 신경썼으면 좋겠어요."

/ 김동수기자 kimds03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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