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

2024.07.01 17:01:23

[충북일보] 올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충북도 장마권에 접어들었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하천 범람이나 침수 취약 지역 점검이 시급하다. 특히 '도깨비 장마'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 가래로 막는 우 범하지 말자

장마철이면 마음 한 쪽이 늘 편치 않다. 재난의 추억이 소환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15일 충북 청주에 폭우가 쏟아졌다. 범람한 강물이 지하차도를 덮쳤다. 차에 타고 있던 시민 14명이 숨졌다. 대형 참사였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19일엔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결국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였다. 지금도 한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국지성 집중호우는 이른바 도깨비 장마다. 유의해야 한다. 폭우 패턴이 아주 달라 종잡을 수 없다. 짧은 시간에 갑자기 물폭탄을 쏟아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지하차도나 주차장 등 지하 공간에서 사고가 잦다. 앞서 밝힌 오송 지하차도 사고가 대표적이다. 미호강 임시제방이 무너지며 지하차도는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그리고 14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충격적이었다. 급기야 감사원이 전국의 지하차도 실태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159개 지하차도에서 큰 문제가 발견됐다. 먼저 홍수 때 차량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하 공간 침수 대비태세 미흡이 그대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통제기준 수립 조치에 들어갔다. 행안부와 환경부, 국토부 등에 관련 조치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쉽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이상기후 현상은 세계적이다. 한반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장마철 집중호우 위험은 늘 있는 상수다. 더 이상 변수가 아니다. 흔히 자연재해를 '천재'라고 한다. 하지만 대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대비를 소홀히 해 생긴 피해는 '인재'다. 모든 재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특히 충북도와 청주시는 각성해야 한다. 모든 재해의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난해 오송 참사를 반면교사 해야 한다. 매년 되풀이된 대형 재난을 막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부실과 안전불감증, 안이한 대응 때문이다. 기업에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게 아니다. 대형 인명피해가 났다면 행정기관도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건 어리석다. 시기를 놓치거나 대비하지 않으면 화를 입기 쉽다. 집중호우도 제대로 알고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단기간의 집중호우가 많아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면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소방경찰이 상호 작용하는 기능과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 주변부터 제대로 점검하자

자연은 평소 인자하다. 하지만 몰인정하게 돌변하기도 한다. 사계절 양면의 얼굴로 세상을 지배한다. 때론 악마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특히 여름엔 장마라는 악마의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다. 연중 한 번은 찾아와 사람들을 괴롭히곤 한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장마기간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장마 재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전한 여름을 나기 위해 내 주변부터 점검해야 한다. 미리 차근차근 대비하면 안전할 수 있다. 안전은 남이 만들어주는 기성품이 아니다. 내가 정성스럽게 만드는 수제품이다. 자연은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악마로 나타나기도 하고 수호천사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올해는 제발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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