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산성의철쭉축제'
60*60 oil on canvas 2014
온산을 불태우는 붉은 철쭉, 군락을 이룬 빛 고운 철쭉을 가리켜 어느 시인은 수수백년 잠복해 있던 산불 감시요원도 어쩔 수 없었겠다고 역동적인 표현을 했다.
'흰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그 뒤로 남문이 산성이미지를 극대화 한다. 아크릴물감을 흘려 비구상형화 하여 시원한 느낌을 표현했고, 철쭉과 남문은 유화물감으로 형태를 단순화하게 표현함으로 산성의 강한 이미지를 나타냈다.' 홍진삼작가의 작품설명이다.
요즘 산성의 오솔길엔 불이 났다. 불타는 마음을 어찌할까. 파란 하늘과 입맞춤한 봄빛 무리, 수줍은 가슴 뜨거운 가슴 어쩔 줄 몰라 식히려고 분홍꽃잎이 되었는가. 산성의 철쭉들은 붉고 봄날을 지나는 이내마음은 새까맣다.
무리지어 소담스럽게 핀 철쭉, 한편의 강렬한 영상을 보는 것 같다. 누두상 화관들이 미풍에 사락거린다. 군락을 이루어 축제를 벌이는 철쭉무리들과 눈을 맞춘다. 다보록하니 산성둘레를 조화롭게 장식한 하양과 진분홍 물결, 하양과 진분홍이 어우러진 몸짓 화음을 어떤 언어로 표현 할까. 알토와 소프라노 앙상블이라고나 할까. 계속 번져나가는 메아리처럼, 코러스 파트처럼,다함께 손잡고 얼굴과 얼굴을 부비며 온산을 두르고 약간 정도 몸을 흔들며 주구장창 부르는 저 묵언의 소리….
어린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라 해도 괜찮겠다. 이따금 받쳐주는 구구 새의 중저음 소리에 소나무가지사이로 윙윙 지나는 낮은 바람소리 얹어 보니 옳구나. 테너와 베이스가 합세한 사중주의 힘찬 화음이라 함이 좋을 듯하다.
성곽에 서니…. 상념의 빛깔로 떠오르는, 그리움하나 문득 뛰쳐나와 조우한다. 마음 가는 사람과 밤의 성곽에 올라 보는 느낌은 어떠할까. 마음의 흔들림은 바람에 일렁이며 쏠리게 두는 철쭉무리요. 감정의 파문은 진분홍 철쭉 빛 일게다.
산성은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하여 군사적 지리적 요충지에 축조하는 시설물이다. 평지의 읍성이 위태롭게 되었을 때, 그곳으로 들어가 장기적인 항전을 벌이는 최후의 보루였다.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청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서쪽을 방어하기 위하여 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성벽은 비교적 잘 남아 있는데, 네모지게 다듬은 화강암으로 수직에 가깝게 쌓았고, 그 안쪽은 돌을 깨뜨려 틈을 메운 뒤 흙을 쌓아 다지는 내탁 공법을 사용했다. 처음은 백제시대 때 토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선조 29년 임진왜란 당시 개축되었다가 숙종 때 석성으로 개축하였다. 성벽과 문루가 모두 없어져 버렸는데, 1971년 석축 부분을 개축하였고, 1977년부터 1980년까지 남문·서문·동문의 누문을 복원하였다.
적군의 방어요지였던 각 석벽들의 장대·포루의 포성은 오래전에 멈추고, 봄날 철쭉들이 손에 손을 잡고 부르는 고요한 평화의 노래만이 성루마다 울려 퍼진다.
/ 임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