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명소 그림여행 - 꽃동네 최귀동 할아버지

2015.05.21 15:42:15

'꽃동네 최귀동할아버지' 190x122 한지위에 먹 채색 펄 목탄 2014

[충북일보] 꿈에서 걸어 나오시는 건가. 꿈속으로 걸어들어 가시는 건가. 오늘은 바랑 메고 어디로 가시는가. 다리를 지붕삼아 떨고 있는 식솔 많으니 정처 없이 구걸하러 여기저기 찾아 나서노라.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는 마음으로 흐릿한 그림 속의 사람을 찾아 시선을 모은다. 안개 속처럼 희미하나 분명하게 보이는 한사람…. 선한 인상의 꽃동네 최귀동할아버지다. 음성의 한 부잣집에서 태어나 귀하게 자라 귀동이라고 불렸던 분, 일제에 의해 북해도 탄광으로 강제징용 되어 끌려가 중한 병 얻어 돌아오니 고향 집은 폐가가 됐고, 가족모두 사라져 동네다리 밑을 찾아들게 된다.

그곳에는 갈데없는 병든 걸인들이 참담하니 모여 있었다. 그때부터 그분은 동냥을 해다 그들을 먹여 살리기 시작한다. 피처럼 소중한 구걸한 음식을 자신보다 더 비참한 자들에게 사십년간 거둬 먹인, 흐릿하지만 피보다 선명한 이야기, 결코 드러내고자 한 일이 아닌 흐릿하게 숨겨졌던 그 기막힌 선행이 하늘에 닿았는가 보다. 그분을 지켜본 오웅진신부를 감동시켰고, 오신부로 인하여 음성꽃동네가 생겼다.

세월이 꼬아놓은 운명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분의 이야기가 감동인 것은 자신의 선행이 선행인지 조차 의식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일상처럼 행했다는 거다. 그분은 생명을 나누었다. 얻어온 밥이 그에겐 살 점 이고 생명이다. 그 생명을 긴 세월동안 지속적으로 남들에게 나눠주고 주었다.

최옹처럼 큰 기적을 생성해 낸 건 아니지만 흐릿한 행함으로 작은 기적을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는 분이 있다. 이순의 나이에 두 눈을 실명한 한사람을 살린, 역시 흐릿하지만 귀한 이야기다. 나면서 소경됨도 한없이 불쌍하거늘, 도중에 실명한 고통과 어려움을 어찌말로 표현할까. 기막힌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고, 모든 것들을 아기처럼 처음부터 하나하나 익히며 사는 방법을 배우고 적응해가야 한다.

자식들이 있지만 모두 멀리 살아서 환경적으로 어머니에게 스물네 시간 올인 할 수가 없다. 가장문제는 종일 말동무해주며 교회출석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자식들이 있어 기초수급자 도우미제도 혜택도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폐지를 모아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한 독거할머니 한분이 나섰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몸도 약하고 말도 어눌하신 분이, 자신보다 십 년 정도 어린 그분을 놀랍게 잘 돌보고 계신다.

음식을 먹여주고, 씻겨주고 말동무해준 세월이 이십년을 넘었다. 주일이면 구순 넘은 노인이 팔순 넘은 노인 손을 잡고 어김없이 교회에 오신다. 점심시간이면 익숙한 솜씨로 식사를 돕는다. 어쩌다 도와드리려 나서면 '젊은이들은 못해유, 하던 내가 할 일이여유…' 하고 손사래 치신다. '저분 아니었음 벌써 죽었을 거유. 죽을 라고 해도 종일 꽉 붙잡고 있어서 못 죽었어유….' 장애가 된 분이 하는 말이다.

'꽃동네주인공 최귀동할아버지의 아름다운 정신을 담아내고자 했다. 두꺼운 한지에 연한 먹물로 번지게 했다가 말렸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쌓아 올리며, 한지와 먹의 번짐이라는 방법으로 은은함을 살린 후, 마무리로 밝은 색 펄을 코팅하여 화사함을 주었다. 배경에 목탄을 이용, 선을 강조했으며 소재로 꽃을 그려 인물을 흐리게 보여주려고 했다.' 畵題 '꽃동네 최귀동할아버지' 이은정작가의 작품설명이다.

신전에 경배라도 하듯 정성이 담긴 기법으로 탄생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어떤 경배 드리기를 원하는 걸까. 인물을 굳이 흐릿하게 나타내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에 생각이 머문다. 선명한 것을 추구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선행인줄 알면서도 뚜렷이 드러나지 않으면 좀체 움직이려들지 않는다. 하여, 흐릿한 감동의 이야기를 담은 흐릿한 그림 한 점이 더욱 아름답다.

/ 임미옥 기자

이은정 작가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2015 '미술의 보다' 무등갤러리 기획초대전 (광주, 무등갤러리)

'현대미술의 봄' 초대전 (대전, 보다아트센터)

2014 풍경수집전 (대전, 보다아트센터)

충북인문자연진경展 (청주 예술의 전당)·

Knocking on the Exit from New York (미국 뉴욕, Gallery MC)

거센 흐름을 건너 (대전, 변방갤러리)

Ile de France - KFFA (서울, 금보성아트센타)

Carr· x 27' ; Prologue 2014 (서울, 스페이스 선+)

2013 Le Petit Chose 소소한 이야기-시차전 소품기획전 (경기도 광주, 소담갤러리)

대청호 프로젝트-2013 미천리의 기록 (청원군립 대청호미술관)

대청호 프로젝트-깊고 푸른물 (청원군립 대청호미술관)

Next Code (대전, 시립미술관 4전시실)

시차전'46인의 독립된 시선' (서울, 이앙갤러리)

쉐마미술관 기획-Home Sweet Home (청원, 쉐마미술관)

이공갤러리 기획초대-두작가의 3년간 이야기 (대전, 이공갤러리)

2012 이면접촉(異面接觸) 2인전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Gallery In Square)

4인4인전-Ponetive Space기획초대전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Ponetive Space)

9th 시차전-'Triangle' 세가지색 (서울 갤러리 팔레 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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