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갑'인가 - 30분 대기, 3분 진료

대형병원 환자쏠림 낮은 진료수가 체계
'설명 부족' 근본원인 꼽혀
'의사의 책임의식 부재 더 큰 문제' 지적도

2014.05.21 19:36:07

30분 대기, 3분 진료. 요즘 병원가의 현실이다. 이를 보는 세간의 시각은 곱지 않다.

병원 입장에서는 하루에 100명 넘게 환자를 보려면 도리가 없다. 자상한 설명은 먼 나라 얘기다.

지난 8일 오전 11시께 청주 A 종합병원. 60대 여성이 원무과 직원에게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내가 고작 몇 분 진료 받으려고 몇 시간을 기다렸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냐고요."

원무과 직원은 어린아이 달래듯 마음을 구슬렸지만 중년 여성의 불만은 한동안 계속됐다.

이 같은 사례는 이 여성만의 얘기가 아니다.

병원을 가 본 사람이라면 '의사가 과연 나를 기억할까'하는 의구심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의사와 환자는 속성상 대화가 겉돌기 쉽다. 환자들은 치료 과정을 궁금해하는 반면, 의사들은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진료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의사들의 책임은 아니다.

3분 진료의 이면에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낮은 진료수가 등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서울 5대 상급종합병원, 이른바 '빅5' 병원의 다른 지역 환자 비중은 진료비와 내원일수를 기준으로 각각 61.2%, 52.2%에 달했다.

저수가 체계도 설명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의료기관이 생존하기 위해 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하려다 보니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수가의 현실화 없이 의사의 설명을 법으로 의무화하거나, 병원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은 과도한 규제로 작용해 의료기관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고 최악에는 폐업으로 이어진다.

또 한국 병원의 진료비 지급 구조에는 시간 개념이 없다.

의사가 30분을 진료하든 3분을 진료하든 진료비는 같다. 진료한 환자 수만큼 진료비를 받을 뿐이다.

그러나 낮은 진료수가 등이 의사들의 '설명 부족' 원인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명의무'가 법으로 강제되지도, 의사나 병원 평가에 반영되지도 않기 때문에 의사들의 책임의식이 부족한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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