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의사'의 선서를 믿는다

2014.01.14 19:23:14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 엄숙히 서약하노라….

의사들의 맹세,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이다. 의사의 올바른 의료행위와 윤리를 강조했던 그가 만약 살아있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초유의 사태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을까.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3월3일 의료 총파업 선언과 함께 정부의 태도 변화에 따라 파업을 유보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정부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와 원격진료 허용 방침을 철회하면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의료수가인상에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지난해 12월27일 전국 2만 여명의 회원들에게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제도를 막아 내기 위한 투쟁으로 시작됐지만, 궁긍적으로는 의료 왜곡의 원인인 원가 이하의 저수가라는 건강보험제도의 근원적인 문제를 고치기 위한 투쟁"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의협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선 의사들 중에는 정부 정책이 의료 민영화여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영리 자법인과 원격의료 등이 도입되면 대형 병원의 힘이 세지고 개인 개업의가 설 땅이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개업 의사들 위주 모임인 의협의 노선에 이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총파업이 실제로 감행된다면 피해를 보는 사람은 국민이다. 그중에서도 아픈 국민이다. 아픈 사람의 건강권을 담보로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나마 병원 노조는 파업하더라도 응급실이나 수술실은 노동법에 따라 수행한다. 환자에게 다소 불편을 줄지언정 최소한의 도리는 저버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와 의료계는 속내를 터놓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갈등이 깊어지면 안된다. 정부는 의사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의협에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되새겨 보고 문제를 해결한다면 국민들은 의사를 더욱 신뢰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죽었지만, 그의 신념은 영원하다. 우리는 의사를 믿는다. 아니, 그들이 외치는 선서의 내용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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