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주서 80억원대 대형약국 투자사기 '충격'

유명약국 운영 약사, 정치인 등 20여명으로부터
금고 쪼개기 대출도…열흘 전 잠적 후 행방 묘연

2013.07.02 22:11:10

청주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약국을 운영하던 50대 약사가 지역 유명 인사들로부터 80억 원대의 자금을 끌어모은 뒤 잠적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 약사는 최근 110억 원대 불법대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청주 B금고 부이사장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확인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약사 A씨(52)는 지난 2010년 청주 B금고 설립에 깊숙히 관여한 뒤 부이사장을 맡았다. 이 금고는 지난 2010년 6월부터 2년 간 감정평가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4명에게 5억 원에서 40억 원씩 모두 110억 원 상당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최근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 수사에서 이 금고 직원 C씨(40)는 불법 대출 과정에서 골프채와 외제 승용차 등 3억5천만 원 가량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B금고에서 불법대출에 관여한 인물이 C씨 외에 부이사장으로 재직했던 A씨가 깊숙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청주에서 유명약국을 경영하면서 지인들에게 6~7개의 대형약국을 설립한 뒤 연 15%의 수익금을 배당하겠다는 조건으로 투자금을 끌어들였다.

이렇게 조달된 투자금은 모두 80억 원대, 하지만 일부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금액까지 감안하면 100억 원대에 육박할 수 있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A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은 모두 20여 명, 이 중에는 전직 충북도의장 출신의 유명 정치인 D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명 정치인 D씨는 최근 A씨에게 무려 1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보고 있고, 또 다른 금고에 대한 투자와 관련한 송사(訟事) 연루설도 제기되고 있다.

D씨와 함께 A씨의 주요 타깃(Target)이 됐던 사람은 청주시내 C고교 동문들과 친·인척 등이다. A씨는 B금고를 통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 친·인척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쪼개기 대출' 수법을 동원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A씨가 열흘 전부터 행방이 묘연해졌고, 경찰에 가출신고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경찰 확인 결과, A씨는 가출신고 초기에는 충북 제천을 비롯해 강원도 삼척·동해시 등에서 CCTV를 통해 확인됐지만, 최근에는 아예 종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A씨가 이처럼 종적을 감춘 것은 얼마전 새마을금고연합회 중앙회가 B금고 '쪼개기 대출' 과정에 A씨가 개입한 정황에 대해 경찰의 수사를 요청했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에 대비하거나, 아니면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 처럼 신변을 정리하기 위한 도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A씨가 새마을금고연합회 중앙회측의 수사의뢰에 대해 심적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찰이 B금고 '쪼개기 대출'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역 유명 인사들과의 거래내역까지 밝혀질 것을 크게 우려해 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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