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자가 한때 불량 청소년이었던 이태연(16·여)양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저한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밖으로 샜죠."
이태연(16·가명)양은 중학교 1학년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후 아빠에게 맡겨졌다. 아빠는 매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소외감을 느낀 이양은 결국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가 방황의 길을 걷게 됐다.
보온병에 소주를 담아 쉬는 시간마다 마셨다. 담배도 피웠다. 후배들을 시켜 돈을 구해오게 했다. 이양 무리는 후배들이 돈을 구하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반항을 하면 바로 집합시킨 뒤 주먹으로 얼굴과 몸을 사정없이 때렸다.
수중에 들어온 돈으로는 담배와 술을 사고 PC방과 노래방비로 충당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이양은 가출도 반복했다.
보다 못한 엄마가 이양을 맡게 됐다. 하지만 전학을 가서도 불량 청소년들과 어울렸다. 이양은 또 '일진'이 돼 교사들과 반 친구들의 눈 밖에 났다.
이런 이양을 감싼 건 엄마였다. 엄마는 딸을 보듬어 안고 눈을 맞추며 오래도록 얘기했다. 엄마의 진심이 통해서였을까. 이양은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부터 자신을 미워하던 선생님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반 친구들에게도 살갑게 대했다. 하지만 이양에게 돌아온 것은 '가식 떤다'라는 오해뿐.
지난 10월에는 친구에게 단소를 건네다 단소 안에 있던 침이 튀었단 이유로 반 친구들에게 '학교폭력학생'으로 신고를 당했다.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양의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당장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소리질렀다.
역시 편견을 가지고 이양을 수사하던 담당형사. 큰소리로 다그치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이양을 보고 본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마음을 터놓고 이양과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친딸처럼 다독이고 응원하며 학교도 자주 찾아가 이양을 돌봐줬다. 자신의 편이 돼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양에게는 너무나 큰 힘이 됐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중학교 졸업과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양은 지난 과거를 떠올리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들의 방치와 주변의 무관심, 무엇보다도 '쟤는 나쁜 아이'라고 못박아버리는 고정관념이 불량청소년들을 더 방황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지나고 나면 다 후회할 일이지만 우리 스스로는 잘 모르니까요. 학교 폭력은 주변의 관심과 도움 없이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 김경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