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이었다

2025.04.24 16:37:24

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벌써 새 장비로 바뀐 게 9번째다. 갈수록 부속 하나하나가 자동화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숙련된 기사라도 새 기계에 앉으면 우왕좌왕하며 진땀을 뺀다. 자동차나 농기계를 새로 구매해도 쓰임이 다할 때까지 그 장치에 절반도 모른다고 한다. 갈수록 성능이 초고속화가 되어가기 때문이다. 해서 오늘은 전문가를 만나는 날이다. 남편이 와서 설명을 듣고 시범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고 있어 아들과 내가 남편대신 설명을 들어볼 참이다.

기다리던 기술자가 도착했다. 기술자를 보는 순간 얼마나 반갑던지 기운이 났다. 전문가는 자신의 트럭에서 여러 가지 연장을 꺼내 놓았다. 포크레인 바가지 위 집게를 다는 일이다. 인상이 선하고 자그마한 체구에 그의 손이 여유롭게 움직인다. 커다란 포크레인 앞에서 스프레이 연장을 들고는 자동화 기계처럼 움직인다. 이 집게는 포크레인 일을 할 때 나무를 뽑거나 큰 돌로 돌담을 쌓을 때 떨어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기사는 도구를 맞춰보며 자유자재로 운전을 한다. 멍하니 지켜보는 것보다 말이라도 나누자며 내 입도 시동을 걸었다. 매번 출장을 가느냐고 했더니 여느 땐 이틀, 사흘씩 집에 못 들어간다고 한다. 초창기에 남편도 그랬다고 했다.

남편은 이 일을 이십대 초반부터 시작했다. 당시는 포크레인이 귀할 때라 그랬다. 시골에서는 일이 없어 보통 1, 2년은 객지에서 생활할 때가 많았다. 하루 일을 마치고 숙소에 들면 빨래는 물론이고 발 씻을 따듯한 물까지 챙겨주는 대접을 받았었다 그렇게 일하다 고향에서 자리를 잡았다. 결혼 후에도 한동안 포크레인 전문가로 불리었다. 그래도 기계를 교체할 때마다 배우며 익히느라 애를 먹었다.

남편이 도와주고 있지만 나는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 중이다. 농사에 농자도 모르던 내가 복숭아 농사를 지은 지 십여 년이 넘는다. 아직 전문 농사꾼은 아니다. 그때그때 이웃 농가를 찾아 정보를 주워듣고 따라 하려 애쓴다. 그래도 어느덧 중간가는 농사꾼이다. 주변에서는 힘든 농사는 왜 하느냐는 걱정도 있지만 도전하는 과정에 수확을 맛보는 노동이 행복하다.

농사를 지으며 먼저 수입을 생각하면 일이 힘들다. 농사는 내 예상과는 전혀 맞지 않을 때가 태반이다. 하늘이 도와줘야 하고 스스로 공들여야 맞아떨어진다. 긴 장마와 비바람, 뙤약볕에 열매가 설익기도 한다. 지지난해는 긴 장마로 인해 수확할 무렵 복숭아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꼭지가 단단해야 견딜 수 있는데 칼슘영양제를 줘야 한다는 걸 몰랐다. 그 이후로 기술센터의 교육이 있다고 하면 열일 제쳐놓고 간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했는데 이제는 강의가 재미있다. 농사짓는 모임인 작목반에서도 활동 중이다. 귀농 귀촌 이들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는다.

봄이다. 봄볕이 따사로울수록 농부는 일손이 바빠진다. 오늘같이 볕 좋은 날은 농부에게는 설렘이다. 봄에 취하고 복숭아꽃에 취한다. 지금 꽃 대궐로 한창인 과수원에는 꽃이 바다를 이뤘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