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과 밖, 여전히 놓치고 있는 청소년 권리

2025.04.24 17:42:22

김정일

충북도의원

청소년은 단지 '미래의 주역'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온전한 시민이다. 그러나 학교 안과 밖의 현실은 여전히 그들을 '보호해야 할 존재'로만 규정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체로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충북교육이 진정한 의미의 '학생 중심 교육'을 지향한다면 먼저 청소년의 인권과 복지에서 시작해야 한다.

충북교육청은 학생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위드 스튜던트(With Student)'라는 학생 정책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 스스로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며 교육청과 함께 개선 과제를 논의하는 이 사업은 분명 긍정적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실질적 제안이 제도화로 이어지는 구조는 미흡하다.

2023년 위드 스튜던트 참여 학생들이 제안한 정책 146건 중 실제 교육청 정책에 반영된 것은 15건으로 10% 수준에 불과하다. 심사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교육청이 직접적으로 정책화 과정에 학생을 참여시키는 구조 역시 부족하다. 형식적 참여, 이벤트성 회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쯤 되면 학생의 '정책 참여'라기보다 '정책 체험'에 가까운 셈이다.

청소년 인권 존중은 단지 정책에 의견을 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학교 안에서의 학생 권리 보장이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는 교칙이나 학사운영에서 학생의 목소리가 배제되며 학생회는 행사를 준비하는 역할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 밖 청소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23년 충북 지역의 학교 밖 청소년은 약 3천200명으로 추산되지만, 이들을 위한 인가 대안교육기관은 청주, 제천, 음성, 괴산 4곳이고 비인가까지 하면 9곳이 전부다. 보은·단양·영동 등 중소농촌지역에는 대안학교는 물론 상담·심리지원 체계도 부재하다.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도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은 29.0%로 지난해보다 3.5%p, 스트레스 인지율은 44.4%로 7.6%p 증가했다. 하지만 도내 학교의 전문 상담교사 배치는 여전히 미비하며 한 상담교사가 수백 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는 구조에서 '정서적 돌봄'은 이상에 머무르고 있다.

청소년 권리보장은 단순한 복지나 배려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명백한 헌법적 책무이며 교육의 공공성과 직결된 문제다. 청소년이 학교 안팎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실질적으로 의견을 제안하며 제도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충북교육청은 '포용교육'을 말하지만 그 실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학생이 정책의 대상이 아닌 정책의 주체가 되도록 보장해야 하며 교육 밖에 있는 청소년을 '제도 밖'에 머무르게 둬선 안 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니라 청소년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책무다.

충북도의회는 교육청의 사업 성과와 청소년 인권과 복지에 있어 충북교육이 진정으로 '공공성'을 실현하고 있는지를 꾸준히 점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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