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사회복지공무원으로 근무한 지 어느덧 20여년이 지났다. 뒤돌아보면 도움을 강하게, 자주 요청했던 분들도 기억에 남지만, 오히려 행정민원센터에 1년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전화 한 통 없는 가정이지만 막상 찾아가 보니 많은 도움이 필요했던 절망적인 가정의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순간들이 더 또렷하게 떠오른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이른바 '조용한 이웃'을 경험하고 나니, 요즘은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식료품세트나 밑반찬, 김치, 난방비, 의료비 등의 지원을 문의하는 분들에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도움이 필요함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자존심이나 부끄러움, 혹은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는 절망감, 어차피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그냥 이렇게 살다 죽겠다는 자포자기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용한 이웃들을 우리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먼저, 우리의 이웃이 안녕하신지, 혹 내 주변에 조용한 이웃이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웃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거나, 안부를 묻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또한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있는지, 안색이 나쁘지는 않은지, 극심한 체중의 변화가 의심되는 상황인지, 상처가 지속적으로 보이거나 위생적으로 적정한지, 우편물이 쌓여있는지 등을 통해 이웃들의 안전 여부를 헤아려 볼 수 있다.
조용한 이웃으로 의심되는 경우, 관할 행정복지센터나 보건복지부 콜센터 129, 가까운 복지관 등에 제보하면 행정복지센터 복지담당자 등이 가정방문을 통해 위기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으며 장·단기적 개입을 통해 큰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최근 정기적으로 낭성면에 빵을 후원해 주신 후원자분을 만나 이야기하던 중 "후원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셔주셔서 기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더 행복해졌고, 그 행복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깊은 애정이 생기게 되었다"는 후원자분의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이처럼 이웃을 돕는 것은 단지 그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움을 주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자긍심을 갖게 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연민의 마음을 키워준다. 또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은 거액의 통 큰 기부, 장시간의 봉사만이 이웃을 돕는 방법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만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혼자 해서 무슨 큰 도움이 될까?'가 아니라 '나라도 해보자'는 적극적인 자세가 나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청주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