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과 탄소 장벽: 한국 경제의 시험대

2025.04.06 14:32:32

문승민

세명대 교수

최근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중대한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대해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올해부터 미국에서 '청정 경쟁법(Clean Competition Act, 이하 CCA)'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동시에 두 개의 큰 '폭탄'을 맞는 셈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층 의 증가는 내수시장의 위축과 노동 공급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경제활동 인구의 질적·양적 저하로 연결된다. 여기에 수도권 집중 현상, 부동산 가격 상승, 자영업자의 폐업 증가 등 복합적인 불안 요소가 겹치면서 경제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인상은 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그간 다수의 전문가와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중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특히, 올해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협정 탈퇴를 결정하며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문제에 부정적인 태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산업에 이익이 된다면, 이를 명분 삼아 새로운 무역 장벽을 세울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의 CCA는 단순한 관세가 아닌, 탄소 배출에 기반한 조정세이다. 즉,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유사하게,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 추가로 비용을 부과한다.

CCA는 북미산업분류(NAICS)에서 정의하는 26개의 에너지집약 산업을 대상으로 하며, 원자재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1톤당 55달러를 세금으로 부과한다. 2027년부터는 적용 대상을 완제품까지 확대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품목들인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석유 및 석탄 제품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CCA로 인해 향후 10년 간('25년~'34년) 최소 0.9조 원에서 최대 2.7조원의 탄소세를 부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한국경제인협회, 2024). 이는 일부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전반에 고용과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은 기후변화와 무역 규제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따라서 무역 리스크의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우선, 국내 산업의 탄소 집약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수출 기업들이 CCA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과의 외교적 채널, 특히 탄소 클럽 조항을 활용한 외교적 협상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국내 기후정책의 방향성과 수준 역시 재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경제인협회. (2024). 「美청정경쟁법(CCA, '25년 시행)의 국내 파급효과 및 시사점」.

U.S. Congress. Senate. (2023). Clean Competition Act, S. 3422, 118th Cong., 1st sess. https://www.congress.gov/bill/118th-congress/senate-bill/3422/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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