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8세 학생을 살해했다. 어처구니없는 참사에 온 국민이 비탄에 빠졌다. 정부와 정치권은 뒷북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신질환 등을 지닌 교사의 즉각 분리를 위한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지난 12일 일명 '하늘이법' 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충북도교육청도 긴급회의를 열고 방과 후 학생 안전대책, 유병 교사 현황 파악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역시 사후대책이지 온전한 예방책이 되기에는 미흡하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비극이 발생했다. 그것도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일어났다. 믿고 따랐을 교사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었다. 가해 교사의 진술과 증거로 볼 때 하늘이는 '묻지마' 범죄의 희생양이다. 허술한 교육 안전망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그토록 믿었던 학교는 하늘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정신질환 교사의 현장 분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교사는 언제든 불특정하게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교육청 주관으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나 질병관리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다. 의료와 법률 전문가 소견 등을 종합해 처리할 수 있다. 직무 수행 불가능으로 판정이 나면 최대 직권면직 조치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사건이 발생한 대전만 보더라도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이상행동의 수위가 살인에까지 이를 정도로 심각한 교사가 있는데도 질환교원심의위가 소집된 적이 없다. 학교와 일선 교육청 등이 판단과 결정, 책임을 미루는 사이 비극이 벌어졌다. 충북에도 비슷한 문제가 잠복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대비해야 한다. 있는 제도라도 확실하게 활용해야 한다.
교사에 대해선 학교 현장의 관리자가 제일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교장이나 교감이 온정주의에 빠지거나 방심해선 안 된다. 시스템 전체를 철저히 점검해 정상 여부를 가려내 판단해야 한다. 교육청이 학교 관리자 요청에 신속히 반응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촉구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핵심을 짚을 수 있다.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뭔지 알아야 한다. 하늘이 아버지는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하늘이법'을 제정해 심신 미약 교사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하교하는 저학년생의 안전을 책임져달라"고 호소했다. 일선 교사들의 정신건강 적신호 진단이나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교사들은 뜻하지 않은 학부모 민원에 수시로 시달리기도 한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 쏟아야 할 에너지는 오히려 늘어났다. 교사를 둘러싼 교육 환경이 그렇다는 얘기다. 교사의 정신질환은 나쁜 교육환경의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사유에 기인한 질병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신질환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학교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다. 살인이 벌어질 수도 있는 공간으로 방치는 국가 차원의 직무유기다.
정신질환 교사가 있다면 적극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학교를 훨씬 안전하게 하는 방법이다. 돌봄 인력 확충 등 사고 시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 구축도 당연히 해야 다. 하지만 사고를 막을 근본적인 원인 제거가 가장 중요하다. 학교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장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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