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담 맥케이(Adam McKay) 감독이 제작한 '돈 룩 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가 있다. 평범한 천문학자인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로오)는 지구와 충돌할 혜성을 발견하고 이를 경고하지만, 미국 백악관과 언론, 기업인 등은 이를 조롱하며 외면한다. 섬뜩하게도, 이 영화가 올해의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국제적 기후위기 대응의 최후 방어선인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주저 없이 서명했다. 기후위기가 허구라는 이유에서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최대 200년까지 머무른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온실가스는 미국과 EU 등 오랜 선진국들의 배설물이다. 그런데 EU와 미국이 자세가 사뭇 다르다. EU는 탄소중립 실현에 비교적 진심인 반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LA 대형 산불과 같은 거대한 복합적 기후재난을 직접 겪으면서도 영화 속 정치인들처럼 여전히 기후위기를 거짓으로 치부하고 있다.
인류가 추구하는 최우선적 가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해왔다. 고대에는 맹수와 질병으로부터 생존하면서 자연을 숭배하는 것이었다. 중세에는 종교적 구원을 비롯하여 효(孝)와 같은 윤리적 가치를 중시했으며, 근세에는 자유와 평등이 핵심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오늘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담보할 수 있는 탄소중립 실현이 아닐까? 탄소중립을 실현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기후는 기상과 다르다. 기상(weather)은 특정 지역에서 단기간(몇 시간에서 며칠)에 걸쳐 발생하는 대기의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기후(climate)는 30년 이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친 평균적인 대기상태를 나타낸다. 비유하자면, 기상은 오늘의 몸 상태이고, 기후는 체질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기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고대 중국의 기(杞)나라 사람은 하늘이 무너질까 봐 걱정했다. 터무니없는 걱정이라는 뜻에서 '기우(杞憂)'라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이 터무니없는 걱정이 지금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는 본래 자정능력(Self-Purification Capacity of the Earth)이 있어 스스로 치유한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무분별한 환경훼손이 이를 망치고 있다. 2018년의 역대급 폭염은 열에 민감한 바이러스를 자극하여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된다. 그렇다면 지난해 가을까지 지속되었던 2024년 폭염은 또 어떤 재앙의 전조일까?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올해 혁신적인 기후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류 역사 속에서 문명의 흥망을 좌우했던 결정적 요인은 '기후환경'이었다. 4200년 전의 메소포타미아 아카드 문명, 1100년 전의 멕시코 마야 문명, 550년 전 앙코르 문명이 쇠퇴한 원인은 다름 아닌 대 가뭄이었다. 가뭄은 기근을 불러오고 기근은 폭동으로 이어져 찬란한 문명을 몰락시켰다. 최근에는 가뭄뿐만 아니라 폭염과 집중호우, 폭설과 한파, 대형산불 등 극단적 기후재난이 전 지구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결코 허구가 아니다. 기후가 변하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서 기우(杞憂)는 더 이상 기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