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청주에서 활동하는 박찬순 시인이 시집 '그림이 비를 맞다'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아버지의 냄새', '희박한 기억에 대한 반성', '맛보기 공양', '선녀와 나무꾼', '어미에게서 세상에게로'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
'그림이 비를 맞다'는 재미로 가득 차 있다. 88편의 시가 품은 이야기 안에 해학과 풍자, 골계미가 넘쳐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박 시인의 시는 '이야기 노래'라고 불리기도 한다.
채길순 소설가는 박 시인 특유의 화법을 '어정쩍다'고 표현한다.
채 소설가는 "충청도 사투리에 '어정쩍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어정어정 느릿느릿 한가로이 다니다 어쩌다 한마디 툭 던져서 웃기는 행위를 말한다"며 "착할 뿐만 아니라 어정쩍은 말로 조용히 웃겨서 위로하는 모양새로, 심각한 문제를 오히려 우스갯말로 대신한다"고 해설했다.
시인의 어정쩍은 어투는 이번 시집에 수록된 '선녀와 나무꾼'에서 잘 드러난다.
얼마를 왔던가 밥술이나 먹던 숲에서 배고픈 숲까지 왔다 선녀탕을 기웃거리며 날개옷을 찾아다녔다 얼마쯤이었을까 밤마다 사람 찾는 현상공모 광고지처럼 꿈에 나부끼던 날개옷을 보았다 꽁지 뽑기 하듯 아무 날개옷을 집어 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다 그러다가 아뿔싸 나뭇가지에 걸려 날개옷이 찢어지고 말았다 선녀는 하늘로 가지 못한 채 인어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나무꾼은 빈손으로 돌아올밖에
-'선녀와 나무꾼' 전문
선녀를 찾아 나선 나무꾼이 날개옷을 집어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는데 날개옷이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지는 바람에 선녀와 인연은커녕 낭패를 봤다.
나무꾼의 바보짓 때문에 날개옷을 잃은 선녀는 인어가 됐다는 우스운 이야기를 어정쩍은 어투로 들려준다.
결국 바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로 골계미가 형상화된다.
괴산군 출신인 박찬순 시인은 가림토 문학상(2013년)에서 입상했으며 동인지 '봄 꽃잎으로 피다' 외 다수를 공저했다. 그는 충북 시사랑 회장과 한·몽 문학 교류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문학 동호회 '나그네가 멈추어 선 마을' 촌장, '예술의 숲' 대표로 있다.
/ 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