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관계자와 커피 교육자들이 충북 증평군에 모였다. 지난 12월 3일 증평의 커피 전문생산업체인 ㈜퍼플랜드에서 글로벌 최대 커피 단체인 스페셜티커피협회(SCA, 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의 에듀케이터 서밋을 개최했다. 최신 커피의 동향과 지식 그리고 교육기술을 나누는 중요한 자리였다.
주로 커피 생산지 또는 유통중심지 그리고 커피와 깊은 관련이 있는 지역에서 개최되는 공식 SCA서밋이 군(郡)지역에서 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증평과 어떤 연결점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또 의아해할 것도 같다.
커피에 대해서는 한국이 가장 앞서가는 국가임은 분명하다. 커피를 제조하는 기술과 마케팅, 카페와 디스플레이 등등 고객을 사로잡는 아주 세련되고 멋스러운 일들을 융합문화로 탄생시켜 새로운 트렌드로 이끌어가는 분명한 커피 문화국이다.
커피는 꽤 오랜 시간 인류에게 음료로 또 문화로서 늘 함께해 왔다. 처음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시기에 동북아시아는 커피보다 훌륭한 차(茶)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산지를 보면 커피콩은 주로 적도를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일대에서 재배되는 커피나무에서 얻을 수 있었기에 동북아와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커피와 차에 대한 문화가 아예 비교할 수 없는 품목이었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였다고 전해지는 15세기 중반인 1650년대는 효종 시대로 이때 조선은 외국 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오로지 중국과의 교역이 전부인 시기여서 문헌에 따르면 중국 외 러시아인을 처음 만나기 시작한 때가 15세기 무렵이라고 한다. 전쟁으로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시기여서 커피나무도 커피콩도 구경은커녕 생각도 하지 못할 시기였다.
이러한 커피는 15세기 중반 아라비아 남부의 수피사원에서 현재의 방식과 유사하게 로스팅되고 양조 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16세기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나중에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7세기 에티오피아 고지대에서 자생한 커피가 피곤함을 덜어주는 효능으로 주로 종교수행자들이 즐겨 마셨다. 이곳에서부터 이집트와 예멘 그리고 15세기 무렵에는 페르시아, 터키, 북아프리카로 전파됐다.
우리나라는 대략 1890년 전후에 외국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던 개화기에 커피도 들어왔다는 설이 있으나 정설이라고 보기보다는 문물이 넘쳐나다 보니 함께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데, 고종이 러시아공관으로 피신해 있을 때 러시아 공사가 커피를 권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분명한 것을 이 무렵 커피를 마시기는 한 것이 확실하다.
커피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문화 양태를 나타내는 일종의 척도 역할을 하였다. 근대적 의미의 다방이 생겨났던 일제 강점기에는 주로 몇몇 지식인들과 문학가들이 애용하였고, 세련되고 개방적이며 격조 높은 상징으로 한잔의 커피가 대변되던 시기가 있었다. 이후 군수물자로 인스턴트커피가 들어오면서 커피가 붐을 일으키기 시작하였으며 커피믹스가 개발되고 자판기가 등장하면서 우리나라는 커피 전성기를 맞았다. 1980년대 전문적인 원두 커피점이 등장하고, 1999년에 스타벅스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커피 매체가 탄생했다. 서울이 전 세계 도시 중 커피전문점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점이나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405잔, 시장 규모는 3조1,717억 원으로 소비와 성장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커피는 또한 공정무역의 대표적인 상품이다. 공정무역이란 생산과 소비가 동등하게 즉 생산하는 국가가 개발도상국이든 빈국이든 정당한 노동과 생산의 대가가 지급되고, 소비하는 국가도 정당한 가치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국가 간에 동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무역을 말한다.
주로 농업 등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에서 기존의 국제무역체계로는 세계의 가난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하에 1990년대부터 시작된 국제적인 사회운동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공정한 가격, 건강한 노동, 환경 보전, 생산자들의 경제적 독립 등의 개념을 포함한다.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들이 만든 상품의 직거래를 통해 공정한 가격에 사들이어 빈국의 생산자들이 가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데 커피와 코코아가 대표적이다.
증평은 국내에서 손꼽는 기술을 보유한 커피 전문가와 업체가 다수 있으며, 전문 생산업체로 ㈜퍼플랜드가 있는데 이 회사는 더벤티라는 브랜드의 커피숍에 커피를 전량 공급하는 공장으로 세계정상급 브랜드인 독일 프로밧사의 최상급 원두 로스터기(넵튠 500) 2기를 설치하고, 국내 최초로 원두가 이동하는 모든 배관을 스테인리스를 사용하여 전 과정을 자동화한 원두 로스팅 스마트팩토리로 커피 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커피 생산량은 연간 5천t의 원두와 5천t의 파우더 5천t의 액상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는데, 커피 한잔으로 환산 시 매년 약 3억1천500만잔, 하루 기준 약 86만잔을 만들 수 있다.
증평은 이러한 저변으로 세계적인 커피 전문콘퍼런스를 개최하게 되었으며 이번에 스페셜서밋에 참가해 느낀 점은 산업으로서 커피는 부가가치가 남다른 확장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최고 가치를 가진 신산업임을 절감했다. 증평은 이러한 가치를 배경으로 스마트팜을 커피와 카카오를 재배하는 것으로 설계하여 벨기에 겐트대학교와 LG 연암대학교와 함께 연구에 착수했다. 특이하게도 공정무역의 대표상품인 커피와 카카오를 주로 재배하는 시설로 설계하고 있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규모와 환경을 뛰어넘는 스마트팜은 본질을 실현하는 지역이 증평이라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우리와 함께 농업을 통하여 식량안보와 기후 위기를 극복할 최적의 장소로 증평을 선택하고 함께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제안을 하여 현재 FAO와 1차 미팅을 하였으며, 세부적인 내용에 대하여 실무 검토하고 있음은 아주 의미가 있다. 증평이 커피와 커피산업의 중심으로서 또 클러스터로 세계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