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식에서 시니어 아미 회원이 경례를 하고 있다.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연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5일 오후 2시께 괴산 청안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 안보교육관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교육장 안을 가득 메웠다.
85세 최고령부터 여성들까지 예비 병력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인 시니어 아미(Senior Army) 33명이 훈련을 받기 위해 전국 팔도에서 이곳을 찾은 것이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군복 오른쪽 가슴에는 '시니어 아미'라고 적힌 부대 마크가 돋보였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입소식에서 시니어 아미들은 현역 장교의 훈련 계획를 들었다.
설명을 듣는 중에도 이들의 눈빛은 결의에 차 있었고,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시니어 아미 회원들이 시가지 전투에 앞서 장비를 착용해보고 있다.
ⓒ임성민기자
경북 문경에서 온 강성구(63) 회원은 "오늘 처음 훈련을 받아보는데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며 "마음뿐만 아니라 육체도 현역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남편 김상봉(68)씨의 권유로 시니어 아미가 된 박경숙(66) 회원은 "남편도 남편이지만 어릴 때부터 군인을 꿈꿔왔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시니어 아미에 가입했다"며 "친정이 3대(代) 모두 성실히 군 복무한 병역명문가라는 점에서 큰 거부감이 없었고, 자식들도 우리 부부를 적극 응원하고 지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 아미 최고령자인 정용승(85) 회원이 시가지 전투에서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임성민기자
입소식 후 4개 조로 나뉜 시니어 아미는 △시가지 전투 훈련 △VR 영상 모의 사격 훈련 △심폐소생술 훈련 등에 참여했다.
이날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시가지 전투'였다. 8~9명씩 청군과 황군으로 나뉜 전투에 앞서 마일즈 장비와 보호대를 착용했다.
처음 보는 장비에 회원들은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교전에 앞서 분대장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고, 이를 듣는 회원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해보였다.
연막탄 소리와 함께 교전 신호가 떨어지자, 회원들은 몸을 낮추고 건물에 은닉한 뒤 적의 동선을 파악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몸은 기억하는 듯 자연스럽게 소총을 어깨에 견착시키고 적의 동태를 살폈다.
일부 회원은 분대장의 '돌격' 수신호에 상대방 진지로 달려가 교전을 벌여 상대방 3명을 사살하기도 했다.
훈련에 참여한 최고령 시니어 아미 정용승(85) 회원은 "훈련 방식이 예전과 비교도 못할 정도로 달라졌지만 그래도 현역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며 "나이가 들어도 국가를 위한 열정만큼은 현역못지 않음을 느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훈련을 마친 이들은 VR 사격훈련에 이어 과학 장비가 도입된 스마트 심폐소생술 체험도 받았다.
스마트 심폐소생술 장비는 기존 심폐소생술과 다르게 실습 간 시·청각 피드백이 이뤄진다.
회원들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압박이 강한지, 속도가 느린지 등을 실시간 화면을 통해 확인하며 템포를 맞췄다.
시니어 아미 회원들이 스마트 심폐소생술 체험을 하고 있다.
ⓒ임성민기자
처음에는 템포를 잘 맞추지 못해 허둥지둥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내 적응했는지 청각 피드백에 맞춰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교육을 마친 김종선(73) 회원은 "내가 하는 심폐소생술이 잘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까지 할 수 있다보니 감각을 더 빨리 익힐 수 있었다"며 "실전에서도 자신 있게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니어 아미는 남녀·병역·국적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지키고, 인간 기본권을 수호하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지난해 6월에 설립된 민간 예비군 단체다.
시니어 아미 회원들이 시가지 전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성민기자
평균 나이대는 65세로 현업에서 물러난 장·노년층이 주를 이루며 나이와 성별 조건 없이 병력을 모집해 훈련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같은 해 8월 국방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지난 4일부터 2군단 춘천 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시작한 이들은 서산·보령·합천을 거쳐 훈련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 임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