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킬리만자로의 정상에 우뚝 서다

생각의 생각

2024.08.06 14:41:28

정초시

충북도 정책수석보좌관

킬리만자로는 적도에서 남위 3도에 위치하며 정상은 만년설에 덮여있는 특이한 산이다. 눈에 하얗게 덮여 "빛나는 산"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킬리만자로의 눈이 녹아 흘러가 남한 면적의 3분의2에 달하는 세계 2위의 빅토리아 호수를 이루고, 이 물이 나일강으로 흘러가 이집트 문명의 근원을 만들기도 하였다.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은 면적이 충북 전체의 약 4분의1에 달할 정도로 매우 광활하며, 정상 우후르 피크는 5천895m에 달하여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아마추어가 특별한 전문 등산장비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또한 킬리만자로 근처 케냐와 탄자니아는 호모사피엔스가 최초로 출현한 현생인류의 기원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킬리만자로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과 동시에 인간의 기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후르 피크는 70대 이상은 가능하면 등정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있을 정도로 고산증을 극복하기 어려운 곳이다. 우리는 70대 2명을 포함하여 10명으로 팀을 이루어 5박 6일의 일정으로 산 정상을 오르기로 하였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하여 70대 2명은 결국 우후르 피크 정상을 목전에 두고 심장이 터질 듯한 고산증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며 하산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8명의 대원들은 충북의 기상을 알리는 현수막을 킬리만자로 정상에 휘날리고 돌아왔다.
우후르(Uhuru)는 스와힐리어로 "자유"라는 뜻이다. 원래는 독일 황제 빌헬름의 이름으로 불리었으나, 1961년 탄자니아가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마지막 단계인 4천720m의 키보 산장에서 우후르 피크에 오르는 경로는 산소포화량이 50%대에 그쳐 오직 흙, 돌, 모래, 바위, 눈 이외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거부하는 곳에 자유라는 이름의 정상이 우뚝 솟아있다.

왜 자유라는 이름이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점에 붙여졌을까? 아마도 자유는 값비싼 희생과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매우 고귀한 가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체도 거부하는 땅을 관통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자유,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어딘가, 혹은 누군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고, 그 힘을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포용과 환대로 사용될 때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다. 필자는 산에 오르면서 자유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정상을 향해 갔다. 지금까지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가족을 부양하며 사람과의 관계 및 사회활동을 하면서 무언가에 의존적인 삶을 살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자유라는 이름의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남은 시간을 내가 다스리는 삶을 살아야겠다. 진정한 자유인으로서의 삶이다.

응고르응고르 야생국립공원의 사자는 한가로이 누워서 관광객이 아무리 일어나라고 고함쳐도 끄떡 않는다. 반면 가젤이나 원숭이들은 외부환경에 지나치게 눈치를 봐야 생존하기 때문인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며 조바심하며 산다. 아마 자유는 사자처럼 자신이 외부환경을 다스릴 수 있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더 높은 자유는 그 힘을 오히려 타자를 향해 베풀 때 생기는 것이리라.

충북은 그동안 얼마나 외적 요소에 의존해 왔는지는 충북 역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충북이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의존의 고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을 키워 타자를 돕고 환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의 주인이 될 것이다. 우후르 피크에 우뚝 선 충북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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