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휴진은 결코 정상 아니다

2024.06.10 21:00:01

[충북일보] 정부는 전공의들이 원하는 사직처리 허용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의 집단휴진 예고다. 더욱 강한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서울대병원 일부 교수들은 17일부터, 의사협회는 18일 집단 휴진을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낸 셈이다.

의사는 그동안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 존중받아 왔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당연시했다. 하지만 의정갈등 과정에서 의사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생명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더 중시하는 이익집단으로 비치게 처신했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의료계의 집단 휴진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00년 의약 분업과 2014년 비대면 의료 도입,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에도 집단행동을 벌였다. 정부는 유화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인 배경이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 건강권은 위협받는 수준에 달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이 잦았다.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에 뚫린 구멍은 더 커졌다. 의사 수는 지금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을 한참 밑돈다. 국민의 90%에 가까이가 의대 정원 증원에 동의(보건의료노조 조사)하는 이유다. 야당까지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법원은 의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이 맞다는 판결을 내놨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의료 정상화를 이루자."며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태도다. 특권의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의료계는 완전한 면죄부를 요구하는 것 같다. 타협책은 아예 없다. 줄곧 자기 입장만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오만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협은 총파업을 결정하면서 강력투쟁을 강조했다. 하지만 환자 단체들은 의료계에 격앙된 모습이다. 되레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를 바라고 있다. 국민들의 속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의료 사태에 정부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이제는 정부와 의료계 간 극한 대치를 끝내야 한다. 너무 긴 시간이 지났다. 게다가 당장은 바뀔 게 없다. 대한민국은 의사들끼리만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다. 이쯤에서 국민과 환자들에게 도리와 염치를 느껴야 한다.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계 집단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불안을 헤아려 본다면 휴진 결정은 내릴 수 없다. 환자 생명은 제쳐두고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집단 이기주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총파업에 나서려면 그럴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총파업 결정은 그런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의협은 내년 의대 정원 증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2025년도 의대 증원은 지난주 대학 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절차가 마무리됐다. 없던 일로 할 수 없다. 의사의 존재 이유는 언제나 환자다.

정부의 유화책에 대해 의료계가 총파업 카드로 더 세게 맞받았다. 국민들은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를 학수고대했다. 정부가 초기 강공책에서 이미 몇 걸음 양보한 이유도 여기 있다. 의정 갈등은 정부의 의대 증원방침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지금은 의사들이 전 국민 목숨을 담보로 정부와 맞서는 형국이 됐다. 파국이 아닐 수 없다. 이게 정녕 의료계가 바라는 상황인지 묻고 싶다. 이래선 안 된다. 의사는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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