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참사' 예견된 비극

비상벨 미작동·비상구 폐쇄

2009.05.25 18:54:06

25일 3명의 사망자를 낸 진천군 진천읍 화연단란주점 화재 현장에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화재발화지점을 중심으로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하성진 기자
25일 새벽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진천 단란주점 화재는 이미 예견된 참사였다.

규정대로 소화·경보 설비는 물론 피난기구까지 완벽히 설치돼 있었지만 소홀한 관리·유지로 화재시 작동이 전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1월 부산 노래방 화재 참사 이후 타 지역과 달리 충북지역은 특별소방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소방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노래연습장과 유흥주점 등 다중이용업소에는 비상벨, 소화기, 휴대용비상조명등, 비상구, 피난기구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연면적 600㎡이상 영업장은 자동화재탐지기, 1천㎡ 이상 영업장은 스프링클러 등을 갖춰야한다.

25일 화재가 난 진천 단란주점은 3층 건물로 연면적 450㎡이지만 자동화재탐지기를 추가로 설치했다.

규정 이상의 소방시설을 갖춰놓았지만 자동화재탐지기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탐지기 미작동으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종업원과 손님들이 화재발생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3명 모두 다른 종업원으로부터 화재사실을 듣고 뒤늦게 대피하려다 내부에 가득 찬 유독가스에 질식되면서 변을 당한 것이다.

특히 외부와 연결되는 비상구가 고장으로 폐쇄된 점도 참사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님 등이 우왕좌왕하다 가장 가까이 있던 비상구를 통해 대피를 시도했다 실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종업원과 손님 등 3명이 각각 다른 방에서 숨졌으며, 한쪽 방에선 대피하려한 흔적이 남아있기도 했다.

소방당국의 부실한 점검·관리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지난 1월 부산 영도 노래방 화재로 8명이 숨진 뒤 타 지역과 달리 충북은 유흥주점 등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특별소방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정기점검만으로도 충분했다는 게 이유다.

올 들어 단 한 차례라도 유흥주점에 대한 소방점검이 이뤄졌다면 적어도 '3명 사망'이라는 대형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을 낳는 대목이다.

충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지난 3월 다른 지역에선 특별소방점검을 했지만 충북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차례 실시한 점검으로 갈음했다"며 "당시에는 특이사항이 적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하성진기자 seongjin98@hanmail.net

14년 만에 다중업소 '대형 화마'

1995년 청주 비디오방 화재 5명 사망

충북지역에서 다중이용업소 화재로 인한 참사는 14년 전에도 발생했다.

지난 1995년 12월 23일 청주 비디오방 화재는 무려 5명의 사망자와 2명의 부상자를 낸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이날 밤 10시50분께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유모(당시 33세)씨가 운영하는 '신세계영상비디오방'에서 불이 나 손님 김모(당시 28세)씨 등 5명이 숨지고 이모(24)씨 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불이 나자 소방관 35명, 경찰관 16명 등 60여명의 인력과 소방차 10대가 진화작업에 나서 화재발생 15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경찰조사결과 이날 화재는 비디오방 업주 유씨가 카운터 앞에 있는 석유난로에 급유를 하다 실수로 기름을 바닥에 유출시키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방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손님들은 화재발생 사실을 알고 대피했지만 이미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해 대부분 질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화재는 도내 지방일간지에서 호외를 발간하고 중앙 언론사에서도 취재진을 현장에 급파하는 등 전국적으로 이목이 집중됐던 대형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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