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전국의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진료 거부에 들어갔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의 수련 병원 221곳에 근무하는 전공의는 1만3천 명이다. 이중 절반가량이 사직서를 냈다. 10% 넘는 의사는 가운을 벗고 병원을 떠났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충북지역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음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21일 현재 충북대병원에서는 인턴과 레지던트 137명 가운데 123명이 사직서나 휴가원을 냈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인원은 모두 124명이다. 충북대병원은 전문의를 동원한 비상의료체계에 돌입했다. 청주성모병원과 건국대 충주병원 상황도 비슷하다. 청주 성모병원은 전공의 28명 가운데 7명만 근무하고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11명 가운데 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재 근무 전공의는 1명으로 알려졌다. 충북대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의 의대생들은 동맹 휴학도 현실화하고 있다.
의정(醫政) 간 극한 대립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의료대란 목전까지 임박했다. 중환자들의 수술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응급실은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어떤 환자는 의사가 없어 다리 절단 수술을 못 받고 있다. 어떤 산모는 제왕절개 수술이 연기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모두 의사가 응급실과 수술실을 떠나 생긴 비극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막힌 현실이 나타날지 모른다. 전공의들은 전국 병원 응급의료체계의 핵심이다. 이들이 대거 환자 곁을 떠난 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제 주장을 앞세우며 환자를 내팽개친 걸 이해할 국민은 없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대비해 군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키로 했다. 비대면 진료 확대, 진료보조(PA) 간호사 활용 등 대안도 내놨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지난 2000년 이후 국민을 볼모로 세 차례의 파업을 벌였다. 정부의 대응은 그 때마다 무기력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학습효과가 분명해졌다. 국민 75%가 찬성하는 의대 증원 여론에도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이다.
전공의들에 대한 국민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거래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 우리는 전공의들에게 업무복귀 외엔 퇴로가 없다고 판단한다. 정부가 이미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그래도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정부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선례를 반복하면 의료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의사들의 특권의식만 더 강하게 할 뿐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의사 파업의 폐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게 된다.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을 엄정하게 처리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전공의들의 사직엔 명분이 없다. 의대 정원은 이미 장기간 묶여 있다. 지역의료현장은 지금도 의사 부족에 신음하고 있다. 게다가 기득권을 위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저버리는 모습은 더 실망스럽다. 여론이 싸늘한 건 너무나 당연하다. 정부는 예전과 같은 선처는 결코 없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끝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그게 환자를 위하는 길이다. 의료개혁을 염원하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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