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값 하락, 지금이 기회일까

2023.11.23 14:54:01

신한서

전 옥천군 친환경 농축산과장

얼마 전 옥천군의회가 한우사육 농가들을 만나 정책 토론회를 가졌다. 소값 하락에 따른 농가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에 참석한 박한범 의장은 "농가의 의견을 적극 수용,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옥천신문 여론광장에는 한우 농가에 대한 지원은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소값의 고공행진으로 많은 이익을 창출한 축산 농가들이 무리하게 사육두수를 늘려놓고 이제 와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축산분뇨로 인한 악취와 환경오염으로 주민생활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주변 농지가격 하락으로 재산상 피해도 적지 않다는 요지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한우농가들까지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옥천군 한우사육 현황을 잠시 살펴보면, 지난해 말 현재 630 농가에서 2만2천 두를 기르고 있다. 이 중 20두 이하 소규모 농가가 250여 호로 39%가 된다. 21~50두까지가 약 40%, 51~100두 16%, 101두 이상 대규모 농가가 32호로 약 6%를 차지한다.

옥천군 한우산업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도 추경을 제외하고 본 예산으로 지원된 금액은 총 60여 종에 53억 원을 지원하였다. 국비 26%, 도비 15%, 군비는 31억 원으로 58%를 차지하였다. 축산 농가당 830만 원, 소 한 마리당 28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농민신문에 "한우 값 폭락, 누군가는 웃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송아지 값이 더 떨어져야 축사를 채워 넣죠. 먹고살 만한 농가들은 벌써 축사를 정비해 놓거나 늘려놓은 지 오래다."라는 축산농가의 말을 듣고 뒤통수를 크게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지금의 한우 공급과잉에 가장 큰 공로자는 100마리 이상 대농들이다. 대농은 우리나라 전체 9만 명 가운데 9%에 해당하는 8천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소는 2015년 102만 두에서 2021년 139만 두로 35%나 늘어났다. 6년간 늘어난 한우의 59%에 달하는 36만 두를 이들 9%의 대농이 늘렸다. 농장 한곳 당 약 50마리 꼴로 늘어난 셈이다. 반면 전체 한우농가의 77%에 달하는 50마리 미만 농가들은 농장규모를 예전 수준으로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소는 여벌, 진짜는 태양광"이라는 어느 축산농가의 솔직한 말을 듣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100㎾만 설치해도 월 200만 원 이상의 고정수익이 보장된다. 축사 지붕에 설치하면 1.5 배의 가중치 전기료를 받는다. 웬만하면 태양광으로 사료비 충당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지난해까지 약 2천여 만 원의 짭짤한 부수입도 챙겼다. 필자는 지금도 코로나와 태양광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소값 폭락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농민을 지원해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옥천신문 여론광장에서 주장한 어느 농민의 말대로 대규모 축산농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농가들의 사회적 책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축분 발생 문제도 우선 축분을 생산한 축산농가들 스스로 해결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축분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미안함과 배려도 가져야 한다. 본인은 축사 옆에 살지도 않고 아파트에서 출퇴근하는 축산 농가들도 있다. 앞에서는 사육두수를 줄이자고 외치면서 자기 농장에는 오히려 마릿수를 늘려온 일부 농가들은 반성해야 한다. 이런 기업형 축산농들에게까지 파리약, 소화제, 호밀 종자대, 톱밥까지 지원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위기는 기회다." 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축산 농가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말 어려움에 처해있는 영세 소농이나 신규 청년농 중심으로 집중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한우산업 발전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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