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유서에 덜미 잡힌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단…충북경찰, 26명 무더기 검거

사기 피해 당한 60대 극단적 선택
경찰, 유서 토대로 집중 수사 착수
피해자 전국 50여명·피해액 6억대

2021.05.11 16:08:50

충북경찰이 인천 서구에 위치한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압수한 물품들.

ⓒ강준식기자
[충북일보] 제천에 사는 A(60대)씨는 올해 초 중고차를 사기 위해 인터넷에서 1t 화물차를 검색했다. A씨는 300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차량을 확인한 뒤 지난 2월 5일 중고차 매매단지가 있는 인천으로 향했다. 하지만, A씨를 맞이한 것은 악성 허위매물 딜러들이었다. 허위매물 딜러들의 압박에 못 이긴 A씨는 사전에 확인한 차량보다 노후한 차량을 700만 원에 구매했다. 구매 차량의 정상 시세는 200만 원으로, 전형적인 강매였다. 금전적·심리적 압박을 못이긴 A씨는 같은 달 2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 "중고차 강매를 당했다"며 허위매물 딜러들의 전화번호를 남겨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렸다.

충북경찰이 수십여명을 상대로 수억 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허위매물 딜러 등 사기단 26명을 무더기로 붙잡았다.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총책 B(24)씨 등 4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일당 2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인터넷 중고차 매매사이트에 허위매물을 올려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허위매물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이후 "계약한 차량이 급발진 차량이다", "1개월에 한 번씩 100만 원을 주고 2년 동안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값싼 노후 차량을 정상 시세보다 비싼 값에 판매했다.

일당은 피해자들이 차량 구입을 거부할 시 문신 등을 보여주며 위압감을 주거나 귀가하지 못하도록 감시했다.

다른 차량을 보여주겠다며 차에 태워 장시간 감금해 위협하기도 했다.

이들은 4개월여간 전국 5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6억여 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뜯어냈다.

이들 일당은 총책과 출동조, 전화상담원, 할부대행사 등의 조직을 갖춘 뒤 체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유서를 토대로 2개월여간 집중 수사를 벌여 B씨 일당을 무더기 검거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생계가 어려운 서민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충북에 거주하는 피해자는 5명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터무니없이 저렴한 중고차는 허위·미끼 매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는 '자동차365' 사이트 등 신뢰 있는 중고차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중고차 매매사기 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중고차 매매시장의 문제점과 제도적 허점들을 관계당국에 통보해 개선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중고차 허위매물 범죄는 서민들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원유철 의원이 중고차 거래 투명화를 위한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20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해당 법안에는 중고차 성능점검자가 거짓으로 점검하거나 점검한 내용과 다르게 자동차매매업자에게 알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에는 무소속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의원이 중고차 허위매물 및 사기딜러에 대한 제재 및 처벌 강화, 허위매물 신고시스템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발의 소식은 없다.

다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중고차 허위매물 범죄를 함께 저지른 22명을 '범죄 목적 집단'으로 인정하면서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판례가 만들어졌다.

당시 대법원은 "조직폭력배처럼 범죄통솔 체계를 갖췄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조직과 유사하게 대표·팀장·팀원(출동조·전화상담원)으로 직책이나 역할이 분담됐고, 텔레그램을 통해 범죄 사실과 단속 정보 등을 공유하는 등 범죄집단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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