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마스크

2020.03.11 16:44:42

김귀숙

관기초등학교 교장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된 지 이틀째다. 생년월일 끝자리가 7이니 화요일 오늘이 구매 가능일이다. 퇴근 후 약국을 들르면 마스크를 살 수 있을까· 이미 늦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 주 우체국에서 팔 때도 줄이 끝도 없다고들 했는데 저녁에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출근하면서 학교 옆 약국이 생각났다. 면소재지 학교라 다행히 작은 약국이 하나 있다. 시골약국에서도 팔까? 전화로 알아보니 끝자리 수가 맞으면 사러 오라고 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들은 말 중에 가장 반가운 말이었다. 이른 시각이고 시골이라 그런지 약국에는 줄도 없었고 약 지으러 온 손님 한 명이 있을 뿐 한산했다. 3,000원을 주고 드디어 마스크 2개를 샀다. 3주 만에 처음으로 산 마스크이다.

지난 2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을 뜨겁게 달구었을 때 나는 선견지명을 발휘한답시고 마스크를 빨리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 먼저 보건선생님에게 물어보니 교육청에서 권고한 대로 학생용 마스크를 구비해뒀단다. 서울의 두 딸에게 물어보니 황사마스크를 많이 구입해둬서 괜찮다고 했다. 주차장을 운영하는 셋째 언니가 걱정됐다. 모르는 사람을 많이 만나니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덕분에 언니도 마스크를 넉넉히 구입했다. 문제는 나였다. 온 집안을 뒤지니 마스크가 여기저기 있길래 그걸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대구와 경북의 확진자가 기하급수로 늘면서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기가 무서웠다. 그때서야 나도 마스크를 구비했어야 한다고 후회했다. 이미 늦었다. 인터넷 사이트의 마스크는 모두 '매진' 또는 'SOLD OUT' 상태였다.

마스크를 구할 방법이 없는데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가 늘어가고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불안감이 밀려왔다. 어떻게든 마스크를 구하고 싶었지만 마트나 우체국에 가서 줄을 설 수도 없었다. 내가 가진 마스크는 몇 개 되지 않고 딸들의 마스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데 걱정이 커져갔다. 전 국민이 비슷한 생각을 했나보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몇 배의 돈을 줘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갖가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오락가락했다. 불안은 불만으로 표출되었고 어눌한 시골 어르신들의 몫까지 챙기기 위해 시골우체국으로 원정 온 외지사람들을 보면 분노가 일었다.

다행히 어제부터 시작된 마스크 5부제는 사재기 방지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나도 드디어 나도 첫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돌아보면 나는 마스크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개학이 3주나 연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온종일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체육관 운동시설도 폐쇄되었고 산악회 주말 등산, 각종 모임도 다 취소되었다. 혹시 몰라 음식점도 마트도 거의 안 가니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곳은 엘리베이터 안과 학교 방문자를 만날 때 정도였다. 오염될 염려가 없는 곳에서 잠시 사용한 것은 잘 말려서 재사용했다.

온통 마스크 생각만 하다보니 '못 사면 만들면 되잖아!'라는 생각에 미쳤다. 마스크를 분해해보니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폭풍 검색 끝에 마스크용 부직포와 KF94 필터를 구입했고 면마스크를 만들었다. 딸들에게도 보냈다. 때마침 뉴스에서 면마스크에 정전기 필터를 사용해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대체할 방안을 찾은 것이다.

재사용하고 만들어 쓰고 마스크도 샀는데 계절이 멈추어 버린 듯한 3월의 학교에서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아직도 잡히지 않는 코로나로부터 어떻게 아이들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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