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채송화

2019.09.03 19:46:32

채송화

                      김정범
                      충북시인협회



팔월의 저녁, 키 작은 꽃 앞에 서서
오랜 어둠에 성냥을 긋는다

분노 없이 핀 꽃이 있을까
한 자리에 결박된
부동의 운명을 이기기 위해
꽃은 차랑거리며 벌레들의 착취를 견딘다

낮게 흔들리며 가물거리던 생존의 빛깔
상처에 반하던 슬픈 적개심

저녁 꽃과 마주하면
노을을 뚝뚝 흘리며 걷는 소녀의 발자국이
담벼락을 따라 하늘거리고

진홍빛 성냥불 잇달아 켜지며
경계에 남아있는 그늘을 불사른다

마른 잎새에 푸른 물이 차오르고
상처의 씨앗, 폭죽처럼 터져
베어진 별빛 사이로 견고하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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