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어떤 풍경

2019.09.02 19:54:48

어떤 풍경

                     안춘화
                     충주 문향회


이웃집 담벼락이
꼭 홀아비의 얼굴이다
햇살이 길어질수록 남루함은 드러나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그 표정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호기심은 주책없이 촉수를 올려가고
눈길은 그의 일상을 더듬는다

언뜻 스치는 붉은 치맛자락
환하게 켜지는 등불
더는 감출 수 없는지
풋, 터지는 웃음에
능소화
홀아비 가슴에 착착 안기고
담장 가득 출렁이는
붉은 웃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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