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결혼, 부모의 대리 만족이 아니다

2015.08.24 11:06:19

혜철스님

옥천 대성사 주지

요즘 청년들의 취업 시기를 살펴보면 긴 시간을 학업에 치중한 탓인지 여자는 스물다섯을 훌쩍 넘기기가 일쑤고, 남자는 서른이 다 되어야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자마자 결혼한다는 것은 거의 저축해놓은 것도 없는 상태에서 가정을 꾸미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이 가능해 지는 상황까지 처하게 된다.

신혼부부의 보금자리가 될 내 집 마련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집 문제로 결혼을 미루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는 등 저출산의 원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같은 원인으로 결국 개인 문제가 사회문제로 발전하게 되는 셈이다.

방 한 칸의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하려는 부부들이 많지 않다. 아파트 전세라도 얻어 번듯하게 신혼생활을 시작하려다 보니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게 되고 결국 경제적,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게 된다.

부모도 자신들의 입장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다보니 의사결정과정에서 간섭을 하게 된다.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서로 내 자식이 귀하다며 이런 저런 간섭과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심지어 신혼집 인테리어까지 양가 부모가 간섭해 서로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들리고 있다.

결혼은 아들이 장가가고, 딸이 시집가는 것이다. 그런데 양가 부모들은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누구나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이기에 너나할 것 없이 소중하다. 사랑하는 자식이니만큼 내 품에서 놓아주고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도 문제다.

상대방의 옷차림, 말투, 걸음걸이, 식사하는 방법까지 모두 내 마음대로 고치고 싶어 하는 커플들이 많다.

식당에서도 본인은 건강에 좋은지 이것저것 따져가며 먹는 것을 상대방에게도 강요하는 커플도 있다. 사귀는 과정에서도 이런 모습인데 결혼해서 함께 생활하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결혼준비 과정에서부터 신혼여행지, 예물, 혼수 등 이것저것 자기 의견만 고집하고 간섭하다보면 결국 감정싸움에 이른다. 이런 경우 성장과정에서 부모가 심하게 간섭을 하며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습관처럼 이 같은 방식에 익숙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 결혼 역시 공동생활이기에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물론 습관은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듯이 결혼을 했다고 해서 단번에 나쁜 버릇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상대의 단점까지 수용해야한다는 것을 유념하고 상대의 단점을 빨리 발견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