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연꽃에 길을 묻다

2015.04.20 16:25:14

혜철스님

어느 날 연꽃이 가득한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연꽃이 차창 너머로 언뜻언뜻 스치고 지나갔기에 차마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진댄제 꽃 꺾어 바치오리다.

-<'헌화가' 중에서>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기면 그 혹은 그녀에게 꽃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한다. 그처럼 꽃은 사모하는, 사랑하는 마음의 상징이다.

꽃 중에서도 특히 연꽃은 더러운 물에서 살지만 꽃이나 잎에는 결코 더러운 물을 묻히지 않는다. 연꽃은 꽃이 피면서 열매를 반드시 맺는데, 이는 인과 관계를 의미한다. 원인과 결과, 즉 자신이 과거에 지은 과업이 현재의 삶의 모습이다.

그래서 연꽃의 운명처럼 우리도 현재의 모습으로 미래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평소 만나는 사람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던져 본다. 인생을 한마디로 말하면 탄생은 한 조각구름이 떠 있는 것과 같고,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소멸하는 것과 같다.

현대인은 누구나 바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작은 것의 기쁨을 알지 못한다. 또한 인간들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한다.

그러나 일상의 소중함, 일상에서 무심코 만나는 작은 연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어리석은 친구를 찾아갔다. 손님이 오자 어리석은 친구는 꿀을 대접하기로 하고 숯불 위에 올려 달이기 시작했습니다.

꿀이 끓기 시작하자 그는 숯불 위에 있는 그릇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뜨거워서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는 부채를 들고 나와 부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손님이 친구에게 물었다.

"왜 부채로 부치는가?"

"그릇을 식히려고 그러네."

그러나 부채질을 하자 오히려 숯불이 활활 타올랐다. 손님이 어리석은 친구를 비웃으며 말했다.

"아직 숯불이 꺼지지 않았는데, 부채로 부친다고 그릇이 식겠는가."

그렇다. 그릇을 식히려면 불부터 끄고 그릇을 숯불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내 안에 활활 타오르는 욕망은 무엇인가.

그 욕망을 채우려면 욕망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