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가 또 쳐들어 온다", 청주지역 소요사태

1728년 무신란

2015.07.09 14:40:08

조혁연 대기자

1748년(영조 24) 한양도성의 궁궐투서 사건이 일어난 그 해에 청주와 문의현 지역에서는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하였다. "왜구가 또 처들어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男負女戴(남부여대대)의 피난민 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남부여대는 남자는 짐을 등에 지고, 여자는 짐을 머리에 인다는 뜻이다.

'영의정 김재로(金在魯)가 말하기를, "호중(湖中)에 한 괴인이 있어 요망스런 말을 창도하기를, '왜구가 곧 쳐들어 온다.' 하여, 인심이 소동되는 것은 물론 가족을 이끌고 피하여 달아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합니다." 하고….'-<영조실록 24년 4월 20일자>

영조실록 24년 5월 24일자. 문의에 옥천 사이에 왜구가 크게 쳐들어왔다고 적혀 있다.

인용문 가운데 湖中은 청주지역 일대를 지칭하고 있다. 여느 속담의 표현처럼 발(足) 없는 말(言)이 천리를 갔다. 소문은 경기도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산골짝으로 숨는 사람도 생겨났다.

"좌윤 홍상한(洪象漢)은 말하기를, "들리는 바에 의하면 상하의 인원들이 모두 짐을 꾸려 메고서 서 있는가 하면, 산골짝으로 숨는 자도 있다고 합니다. 호중만 그럴 뿐이 아니라 기내(畿內)가 더욱 극심하다고 하니, 마땅히 기포(譏捕)해야 될 것입니다."-<〃>

인용문 가운데 畿內는 경기도를 지칭한다. 그러자 영조가 "이는 익명서와 마찬가지이니, 엄히 방지하는 방도가 없을 수 없다. 기포하도록 하라." 말로 유언비어를 퍼트린 자를 즉각 체포하라고 명령하였다.

유언비어(流言蜚語)는 글자 그대로 '떠돌아다니는 말'(流言)과 '날아다니는 말'(蜚語)이라는 뜻이다. 본래 '蜚' 자는 바퀴벌레를 뜻하지만 날 비(飛)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예전에는 흔히 같은 뜻으로 썼다. 결국 유언(流言)과 비어(蜚語)는 같은 말이다.

유언과 비어는 공통점이 있다. 순식간에 퍼지고, 사실을 확인해 보지도 않은 채 덮어놓고 사실이라고 믿으며,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음은 영조가 우규장(禹圭章)라는 인물을 치죄하는 과정에서 한 말을 미리 인용한 것이다. 영조는 유언비어를 '뜬말'(浮言)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번 호서에서 나라를 원망하는 역적들이 뜬말을 만들어 괘서하여 인심을 공동(恐動)시켰다. 너는 호서에 살고 있으니 역적을 체포하여 관가에 바치는 것이 도리에 있어 당연한 것인데, 이렇게는 못할망정 소요스런 말에 현혹되어 말을 타고 두루 돌아다니면서 왜인이 온다는 이야기로 어리석은 백성들을 공동시켰으니…."-<영조실록 24년 5월 24일자>

"왜구가 또 쳐들어온다"는 유언비어는 갈수록 구체성을 나타내기 시작해 며칠 안가 "왜구가 OO지역까지 올라왔다"까지로 발전하였다. 역시 미리 인용한 우규장의 진술 내용이다.

"문의와 옥천 사이에 왜군이 대대적으로 쳐들어왔기 때문에 서원을 중수하는 역사와 전세곡(田稅穀)을 나루로 옮겨내는 일을 모두 정지했다고 한다.' 하였습니다."-<〃>

충청감영이 범인을 잡고 보니 청주목 문의현에 사는 이지서(李之曙)라는 인물이었고, 그는 그해 한양 궁궐투서사건도 "자신이 자기의 아들 恒延을 서울로 보내 20냥으로 사람을 사서 저지른 짓"(추안급국안 권 21)이라고 답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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