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자기소개서와 선택받는 자기소개서의 차이는 무엇일까? 수천 건의 자기소개서를 접하는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확 사로잡는 자기소개서는 과연 어떤 것일까· 어떤 때는 대학이 바라는 학생의 일반적인 조건, 이를테면 우수한 성적, 완벽한 출결 등 숫자로 말해지는 순위가 동일하여 누구를 뽑아야 할지 애매한 상황에서 선택의 잣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 순위를 종종 뒤엎어버리는 일도 있으니 자기소개서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더 클 수도 있겠다.
어떻게 보면 거의 비슷비슷한 24시간을 보낼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인데, 글쓰기 실력도 거의 고만고만한 청소년들인데, 어떤 자기소개서는 입학사정관을 하품 나게 만드는 지루한 것인 반면 어떤 것은 하얀 종이 위에서도 생기 있게 반짝이며 매력 발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뽑고 싶다' 쪽으로 확 기울이게 할, 눈길 받는 자기소개서의 조건은 무엇일까? 스펙만 좋으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스펙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첫째, 첫 문장에 공을 들여라. 자기소개서도 첫 만남, 첫 인상이 중요하다. 생활기록부만 봐도 알 수 있는 출생일 기록에 종이를 낭비하지 마라. 판에 박힌 표현으로 문장을 건너뛰며 읽도록 하기에는 자기 PR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다. 예를 들어, '저는 갈수록 성적이 올랐습니다'라는 표현으로 그 좋은 스토리를 잃어버리지 마라. '130, 59, 1'이라는 숫자로 눈길을 끄는 것이 훨씬 좋다.
둘째, 학생의 언어로 쓰라. 경험이 풍부한 교사나 똑똑한 학부모의 덧칠하기가 오히려 자기소개서를 망치는 일이 많다.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은 어른이 아니라 좋은 어른이 될 아이이다. 고급어휘로 덧칠한 어른스런 글보다는 고등학생에게 어울리는 서툰 문장이 훨씬 더 생기 있고 매력적이다.
셋째, 스펙도 스토리로 만들어라. 학생이 전교 영어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약 2천여 개의 전국 고등학교에서 매년 영어대회나 독후감대회가 열리고, 영어대회 1등, 독후감대회 1등인 학생들은 해마다 각각 2천여 명씩 쏟아져 나온다. 스펙이 좋은 아이들은 많다. 그것을 어떻게 잘 엮어서 스토리로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넷째, 단점도 장점으로 만들어라. 장점만 있는 학생도 없고 단점이 없는 학생도 없다. 자신의 단점을 기승전결을 갖추어 스토리로 엮은 후 장점으로 부각시켜라. 예를 들어, 밥에 대한 열정으로 앞뒤 안보고 급식소로 달려가다가 팔이 부러진 경험이 있다면, 팔을 쓸 수 없었던 그 일을 계기로 숟가락보다는 수학 문제를 풀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지게 된 자신의 열정을 밝혀라.
다섯째, 호감을 부르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라. '열정적인, 예의바른, 책임감 있는, 적극적인, 성실한, 긍정적인, 창의적인' 이런 단어들을 쓰는 것이 '급한, 운이 좋은, 타고난, 별난' 이런 비호감 단어를 쓰는 것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이다.
여섯째, 문법을 중시하라. 문법도 못 지키면서 어떻게 자신을 지키겠는가. 글의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는 학생이 실험이나 연구의 규칙도 잘 지킬 수 있다. 문법을 지킨다는 것은 기본을 갖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표절은 절대 금물이다. 입학사정관에게 도착하는 자기소개서는 손쉽게 대필유사도 판별 검사가 가능하다. 유사도 검사에서 30%를 초과할 경우 정밀 검사를 위해 다시 분류되며 추천자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응시자는 불합격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를 실시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자기소개서라도 진실이 아니라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