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한 장 속의 따스함이 그리운 계절

2014.12.10 15:17:52

김형식

회남초 교장·아동문학가

날씨가 추워졌다. 따스한 아랫목이 식지 않도록 덮어 놓은 담요가 생각난다. 불을 뜨끈하게 때고 식지 않도록 덮어둔 담요 속에 발을 넣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그 시절이 그립다. 권영상 시인의 '담요 한 장 속에'란 시를 읽으며 겨울밤을 뒤척인다.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 아버지-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네./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담요 한 장을 덮고 따뜻한 방에 누워 있는 정겨운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런 말없이 아버지가 담요를 끌어 당겨 덮어 주시면 꼼지락거리며 반응을 보인다. 잠 못 드신 아버지 두고 혼자 잠드는 것이 미안하고, 발을 덮어주시는 데 고맙다는 말을 못하는 것이 미안해 '아버지' 부르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못하는 아들과 별 할 말도 없으며 '자냐·'하고 물어 보시는 아버지이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이지만 깊은 속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유교의 영향을 받으며 오랫동안 살아온 민족으로 아버지와 군주와 스승은 하나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지내왔다. 아버지는 모든 일에 능하고 힘 있는 사람으로 존경을 넘어 근접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군주 앞에 함부로 나설 수 없었던 것처럼,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던 것처럼 아버지도 자식들에게 힘이 있는 믿음의 대상이고 존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성도 남성의 분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들도 가정의 경제 일부를 담당하며 목소리가 커졌다. 아버지를 지배하는 어머니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점점 무력해지고 가정에서 소외되는 현상까지 생겼다.

소외된 아버지, 아버지를 지배하는 어머니가 있는 가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아이들이다. 맞벌이로 물질적 풍요는 가져 왔지만 아이들은 정신적인 빈곤을 맛보게 된다. 하루 종일 수업, 방과후 활동, 돌봄 교실 등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아이들도 피곤하고, 하루 종일 일과 사람에게 시달리고 온 부모들도 피곤하다. 저녁상에 둘러 앉아 대화를 나누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살아도 고아나 다름없어 우울해하고, 방황하고 절망하지만 부모는 눈치 채지 못한다. 자식 잘 키워보겠다고 부모가 돈 벌러 다니는 동안 아이들은 잘 크기보다 외로움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의 중심이 되는 아버지상이 필요하다. 존경받는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가 아이들을 품에 안고 기르는 가정에서 마음 따뜻한 아이가 자란다. 방황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를 안겨주는 일이 더욱 절실해진다. 찹쌀떡과 군고구마가 그리운 겨울밤, 거실 바닥에 담요를 깔고 아이와 누워보면 더 따뜻한 밤이 될 것 같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