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당시 고인이 머물렀던 병동.
ⓒ이주현 기자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이 모여 있는 충북대병원 암 병동에 최근 사랑의 이야기가 꽃피우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며칠 전, 충북대병원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후원을 하고 싶다는 문의였다.
"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를 위해 기부 하고 싶소. 얼마 안돼지만, 며칠 뒤 후원금을 보낼테니 유용하게 써주시오."
그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한 뒤 이름도, 나이도 밝히지 않은채 전화를 끊었다.
병원은 전화를 한 이가 남자라는 점과, 연락처, 그리고 칠순이 넘은 노인의 목소리였다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이 사연이 잊혀질 무렵(21일), 그가 말한대로 후원금이 병원계좌로 입금됐다. 금액은 3천만원. 개인이 기부한 것 치곤 상당한 액수였다.
병원은 곧장 익명의 기부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기부를 결심하게 된 사연을 고백했다.
"7년 전 일이라오. 당시 장인어른(향년 80세)이 이곳에서 위암치료를 받았었지. 2년간 병동생활을 하시면서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셨어. 고인이 돌아가시기 전 유품을 하나 줬는데, 볼때마다 암투병으로 괴로워하던 모습이 생각나더라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는 고인의 뜻인가 싶었지. 그래서 유품을 팔았고, 그 돈이 불우한 환자들의 치료비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부하게 된거야."
그러면서 그는 기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부탁했으나, 최재운 병원장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익명을 통한 보도를 허용했다.
김영숙 충북대병원 의료복지사는 "2010년 9월부터 2014년 3월까지 개인이 후원한 금액은 모두 3천570만원(7건)"이라며 "이번처럼 한 사람이 3천만원을 낸 적은 없었다.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 이주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