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이후 쌀 재고가 늘어나면서 쌀 시장이 교란되고, 또 시장의 위축을 불러오면서 쌀값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농연 보은군연합회에 소속된 한 농민의 볼멘소리다.
올해도 풍작(豊作)에 따른 '쌀 대란'이 우려돼 벼 재배농가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생육상황이 양호하고 다수성 품종 식재가 많아 평년작 이상의 생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충북은 벼 재배면적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07년 5만702ha 재배면적에서 2008년 4만8천802ha, 2009년 4만8천257ha로 감소했다. 올해 재배면적은 4만7천800ha다. 하지만 다수성 품종 식재 등으로 쌀 생산량은 크게 줄지 않는 양상이다.
올해 충북의 쌀 생산량은 22만~23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 25만t에는 못 미치는 것이지만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못지않은 풍작인 셈이다.
지난달 23일 기준 충북의 쌀 재고량은 1만5천608t으로 전년 동기의 1만9천673t보다 4천65t 줄었다. 내달 중순께 재고량은 좀 더 줄어들 것으로 농정당국은 내다봤다.
호남지역과 달리 충북은 올해 양곡보관창고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내 양곡창고는 모두 169동. 이 양곡창고에 13만5천t 정도를 보관할 수 있다. 현재 보관된 쌀은(공공비축미, 조곡 포함) 6만4천t으로 전체 보관능력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지역 농민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쌀값 하락 문제에 있다. 지난해 수확기 가마당(80kg기준) 쌀값은 14만2천852원이었다. 동절기에는 15만1천412원으로 다소 올랐다.
올 들어 쌀값은 곤두박칠 치고 있다. 지난달 5일 13만2천928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2.5%나 떨어졌다. 15일 기준으로 다시 13만2천460원으로 더 하락했다.
지난해 보은농협의 경우 벼 8천518t을 수매해 쌀로만 13억원의 적자를 냈다. 남보은농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벼 9천579t을 수매해 9억2천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농협은 수매과정에서 수매가로 이장협의회, 농업인단체 등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도 풍년이 예상되면서 쌀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현재 보은군내 재고량은 정부양곡 재고량 9천459t을 비롯해 보은농협 1천567t, 남보은농협 1천600t. 재고량이 해소되지 않은 채 쌀값하락이 지속될 경우 갈등이 재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쌀 재고량 증가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부진이다. 쌀 소비량 감소는 이미 전국적인 현상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조사결과 지난 1990년 이후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2.4% 가량 감소하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98년 100kg 이하로 떨어진 뒤 지난해에는 70.4%까지 급락했다. 결국 쌀 소비 감소가 재고량 증가와 쌀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쌀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셈이다.
/ 장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