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가입자와 인구 소득세의 상관관계
수도권은 강원도 포함, 2010년 3월 말 기준. 자료 : KT, 국세청, 통계청
KT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가입자(2010년 3월 기준) 50만 명 중 75.6%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특히 서울은 전체 아이폰 가입자 중 절반가량인 44.6%에 달했고, 그 중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가 서울시 전체 가입자의 29.5%를 차지한다. 대한민국 전체 소득세(2008년 기준) 중 서울시가 52%, 수도권이 73.9%를 차지하는 형국과 유사하다.
지방의 경우 부산·경남은 전체 아이폰 가입자의 8.5%를 차지한다. 이 지역은 전체 소득세의 10.4%를 점유한다. 대전·충청은 아이폰 가입자 6.1%와 소득세 5.3%, 대구·경북은 아이폰 가입자 4.7%와 소득세 4.9%의 비율을 보였다. 호남권은 아이폰 가입자 4.9%, 소득세 3.6%로 가장 낮았다. 결국 아이폰 가입률이 지역간 부의 분포와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비(非)아이폰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3월 말 현재 73만3천 명의 스마트폰 가입자 중 수도권이 65.1%를 차지하는 반면 호남권은 7.1%로 대조적 양상을 보였다. LG텔레콤 역시 스마트폰 가입자 9만7천 명 중 수도권이 66%, 충청권은 7%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 휴대전화 가입률은 인구 분포와 비례한다. KT의 전체 가입자(2009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가량인 49.5%가 몰린 수도권에는 KT 이용자 역시 53.6%가 분포한다. 비수도권 역시 비슷한 모양새다. 인구 분포와 가입자 비율이 부산·경남은 15.8%와 15.5%, 대구·경북은 10.4%와 10.6%, 대전·충청은 10.1%와 10.2%, 호남권은 10.1%와 11.2% 등을 나타냈다.
이 같은 현상은 스마트폰 가입률이 일반 휴대전화와 달리 지역별 소득과 인프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간 정보격차 확대='내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은 실생활에서 버스 노선 검색 등의 편리함을 누리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주식 거래나 계좌이체 등을 통해 기존 전화나 창구 거래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결국 스마트폰 소유 여부가 개인의 정보량을 결정하고 소득 격차로 이어져 지역 간 불균형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항우 충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지역별 부의 편차에 따른 정보접근 기회의 차단은 경제, 사회, 문화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계층별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앞으로 공공 서비스도 스마트폰을 통해 '내 손안의 전자정부' 형태로 제공될 전망이어서 교육·보건 등의 서비스를 누리는 데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모바일 생태계의 '지역차'=그럼에도 지역에 대한 이동통신사들의 배려는 가입자 분포 차보다 혹독하다. 국내 이통사 가운데 가장 많은 WIFI 망을 보유한 KT의 경우 전체 1만3천여 개 중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집중 돼있다. 충북권은 고작 189개에 불과하다. 올해 말까지 추가되는 1만4천 개 중 충북권에 설치될 WIFI망도 380개가 전부다. 지방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무료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려고 해도 해당 인프라가 적어 수도권 사용자에 비해 차별을 받는 셈이다.
청주의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한 스마트폰 이용자가 버스 노선 검색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무선콘텐츠의 경우 수도권 편중 현상은 더욱 극심하다. 수도권의 경우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지역에 특화된 관광, 교통, 지도, 부동산, 경제, 일자리 등 다양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ㆍ이하 어플)을 제공하고 있다. 특화된 다양한 어플로 인해 해당지역 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더욱 증가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무선인터넷 인프라의 개선은 탄력을 받게 된다.
반면 충북의 경우 '청주 시내버스 노선 검색' 어플 이외에 이렇다 할 지역 특화 콘텐츠는 전무하다. 스마트폰 사용자와 콘텐츠 생산자, 그리고 이동통신사가 상생해야 할 모바일 생태계는 점점 더 열악해 진다.
지난 4월 청주의 1인 창조기업 유비투비가 개발한 스마트폰 용 청주 시내버스 어플리케이션 화면.
최근 이직으로 인해 서울에서 청주로 이사를 온 아이폰 유저 까페의 한 회원은 "수도권에 비해 WIFI 망과 지역 콘텐츠가 부족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너무 터무니 없는 상태"라며 "모바일 인프라도 문제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더욱 절실한 건 비싼 스마트폰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어플"이라고 충북지역의 척박한 스마트폰 환경을 한탄했다.
이와 관련 충북도 정보통신 관계자는 "오는 9월부터 추진되는 '스마트폰 관광정보' 어플 개발 이외에 특별하게 계획하고 있는 무선콘텐츠 사업은 없다"며 "내년에는 구체적인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나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지훈기자 juku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