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CCTV '무용지물'

'안남기 영상' 화질 나빠 검거 실패
운용부서 각각… 고장파악도 못해

2010.04.05 19:41:19

부녀자 연쇄살인범 안남기(41)가 4번이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찍혔음에도 왜 마지막에서야 경찰에 붙잡힌 것일까.

어처구니없게도 화질이 나빴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 납치장소에 CCTV가 있었음에도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이와 관련, 유명무실한 CCTV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안남기 CCTV 영상

안이 최초로 CCTV에 찍힌 시기와 장소는 지난해 9월22일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한 편의점 현금인출기 앞. 당시 안은 상당구 용암동 한 대형마트 앞에서 자신의 택시에 탄 A(여·41)씨를 전날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A씨의 현금카드로 현금 20만원을 인출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CCTV로 확보한 안의 모습으로 수배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으나 화질이 좋지 못한데다 안이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안은 같은 달 30일 흥덕구 모충동 새마을금고 CCTV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이때는 비교적 화질이 양호했으나 안을 검거하지 못했다.

안은 지난 1월20일에도 흥덕구 개신동에서 B(여·33)씨를 상대로 택시강도 행각을 벌인 뒤 B씨를 내려주다 CCTV에 찍혔다. 그러나 화질이 너무 나빠 경찰은 CCTV 속 차량이 택시인지도 구별하지 못했다.

몇 번씩 CCTV에 찍히면서도 경찰 수사망을 피해오던 안은 지난 28일 상당구 남문로 한 쇼핑센터 앞에서 C(여·24)씨를 태우다 CCTV에 다시 찍혔다. 청주상당경찰서는 29일 C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받고 안의 CCTV영상을 확보, 택시회사까지 알아내는 등 수사의 범위를 좁혀나갔다.

그러나 같은 날 대전 대덕경찰서가 대덕단지 한 골목에 C씨의 시신을 유기하는 안의 모습을 CCTV로 확보하고 곧바로 청주로 출동, 안을 붙잡았다. 선명하게 찍힌 택시번호가 결정적이었다. 청주 경찰이 수년간 쫓던 안을 대전 경찰이 하루도 안 돼 붙잡은 것이다.

경찰이 수차례 CCTV영상을 확보하고도 안을 붙잡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범죄예방 기능을 가진 CCTV가 안의 범행을 전혀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에게 살해된 A씨가 택시에 탄 지점에도 CCTV가 있었지만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아 범행을 막지 못했다. CCTV 존재가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CCTV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는 운용부서가 제각각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란 분석이다.

현재 청주지역에 설치된 CCTV는 모두 314대. 어린이보호구역 101대, 고속도로 및 외곽도로 13대 등 114대는 흥덕·상당경찰서 상황실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 135대, 교통상황 감시 38대, 불법 쓰레기 투기 감시 14대, 산불·공원 감시 5대, 하천 수위감시 4대, 재난관리 3대, 문화재 보호 1대 등 200대는 청주시 해당부서에서 각각 운용하고 있다.

해당 부서끼리는 서로 업무 협조가 전혀 되지 않는데다 각자의 운용 상황실마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범죄 해결이나 예방은커녕 고낭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4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통합관재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시청 공무원과 경찰 등이 24시간 상주해 CCTV를 모니터링하게 되면 범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임장규·강현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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