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는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러면서도 뿌리는 꼿꼿이 땅에 박고 있으며 본심을 버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옛날 가수 박일남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어라, 아~ 갈대의 순정"이라고 애달픈 노래를 부르며 갈대의 순정을 찬미했었다.
또 갈대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성찰한 시인이 있었다.
충북 중원에서 태어나 나중에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만들고,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산문학상, 단재문학상, 공초문학상, 대산문학상을 탄 신경림 시인이다.
그가 1956년에 발표한 '갈대'라는 작품이다.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세상사는 사람들을 '갈대'에 빗대며, 그 갈대를 흔드는 것, 즉 슬픔과 고뇌의 원천은 '바람', '달빛'같은 외재적인 것들이 아니고 바로 스스로의 '울음'이라는 내재적인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시가 아닐 수 없다.
가을이 되면서부터 갈대의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갈대밭이 전국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 가운데 남한강이 굽이치는 충북 단양군 가곡면의 사평리갈대밭도 매우 좋다.
남한강 본류인 영월 동강과 평창에서 발원한 영월 서강이 영월읍에서 합쳐져 만들어진 남한강이 충북 단양으로 들어오면 영춘면을 지나 가곡면으로 들어선다.
이 남한강이 가곡면을 지나 도담삼봉이 있는 단양읍과 그 아래 단성면을 거쳐 충주로 나가는 데 가곡면 구간은 12㎞에 달한다.
◇ 10㎞넘는 갈대숲 장관
남한강변에 자연군락을 이룬 갈대밭은 산과 강과 어우러진 풍광이 뛰어나 사계절 아름다운 정취를 담고 있다.
이 구간의 물은 깊은 곳은 수심 8m나 될 정도로 깊으며 맑은 것은 물론 강 동쪽 편으로는 경사가 가파른 산이 있고, 서쪽 편으로는 모래밭과 마을이 형성돼 있어 아름다운 강변풍경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바로 이 가곡면 남한강의 서쪽 강변으로 남쪽의 가곡면 덕천에서 북쪽 향산리에 이르는 약 10.8㎞에 걸쳐 갈대밭이 조성돼 있다.
모래밭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갈대밭이 9월 하순부터 갈대꽃이 하얗게 피기 시작하면 장관을 이뤄 찾는 이들이 많아지자 가곡면에서 본격적으로 관리하고 가꾸고 있다.
강변을 따라 갈대밭이 길게 형성돼 있지만 특히 경치가 좋은 곳은 가곡면사무소 앞인 사평1·2·3리 지역의 갈대밭이다.
갈대밭 폭이 100m도 넘고 길이는 2㎞ 정도나 된다.
충북 단양군 가곡면의 사평리갈대밭이 산책로, 포토존 등을 갖춘 인기 관광지로 부각되고 있다.
이곳에 올해도 지난 9월 희망근로팀을 투입해 산책로 1.5㎞를 새로 단장하고 갈대밭이 잘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는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조망대를 만들었다.
자동차들의 진입을 통제했고, '소 꼴'로 갈대를 베어가지 않도록 주민들을 설득했고, 갈대 속에 섞여있던 잡목들도 제거했다.
갈대밭 안에는 군데군데 연인들이 자기 키보다 더 큰 갈대숲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갈대 숲 속에는 오솔길도 있고 쉼터도 있고 미로체험장도 설치해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요즘은 갈대꽃이 한창인 9월 하순~10월 중순 때 만큼은 안되지만 그래도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구경하고 바람에 서걱거리는 갈대 소리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 않고 있다.
이곳 갈대밭은 인위적인 훼손이 거의 없는 데다 남한강과 어우러진 변화무쌍한 자연풍광으로 갈대꽃이 핀 가을, 겨울 뿐만 아니라 녹색의 갈대줄기들이 한창인 봄, 여름에도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 영화 '전우치' 드라마 '일지매' 촬영
2㎞에 걸쳐 형성된 사평리갈대밭에서 영화 '전우치'를 비롯해 많은 영화, 드라마가촬영됐다.
이곳의 풍광이 소문나자 벌써 SBS 인기드라마 '일지매'가 여기서 촬영을 했고, 오는 12월23일에 개봉할 강동원, 임수정 주연 영화 '전우치'도 여기서 찍었고, 또 다른 청소년 영화 한 편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사계절 갈대들의 변신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자주 찾는 것은 물론 쏘가리, 누치, 메기 등 민물고기도 많아 강태공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이곳이 낚시꾼들에게 얼마나 좋은 곳이었으면 서울에 있던 한국전통견지낚시협회 본부가 강원도 홍천으로 옮겼다가 지금은 이곳 가곡면으로 와 있고, 대학 레포츠학과의 낚시강의도 이곳 가곡면 남한강에서 이뤄지고 있을까·
갈대는 하얀 꽃이 피는 가을, 겨울도 보기 좋지만 파란 줄기가 무성한 봄, 여름에도 나름대로 자태를 뽐낸다.
게다가 이곳 사평리 갈대밭은 도로변에 인접해 접근하기가 쉽고 청둥오리 등 겨울철새와 노루, 고라니 등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해 자연학습 체험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단양군에서는 관광객들이 이곳과 연계하여 더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80억원을 들여 '남한강 고운골(가곡) 생태공원'을 조성 중에 있고, 가곡면 가대1리에는 30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연꽃단지를 만들고 있으며, 사평리의 분교 폐교를 활용한 생태교육장을 마련하고 있다.
인근 볼거리로는 가곡면 덕천리에 있는 충청북도 중요민속자료 제145호 조자형(趙子衡) 가옥이 있다.
1770년(영조 40)에 조자형의 5대조인 조경복이 건축한 집으로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사랑채가 맞물려서 ㅁ자형을 이루는 전형적인 중부 내륙지방의 민가이다.
또 인근 어의곡2리에서는 눈 덮인 주목단지와 능선에 있는 고사목이 장관인 소백산 비로봉을 가장 짧은 코스로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인근 두산활공장에서는 패러글라이딩으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 있고, 도담삼봉은 푸른 강물 가운데 우뚝 선 기암괴석의 3개 섬으로 조선왕조의 개국 공신인 정도전(鄭道傳)이 이곳 중앙봉에 정자를 짓고 풍월을 읊었으며 자신의 호 '삼봉' 역시 도담삼봉에서 따올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다.
◇ 갈대뿌리는 해열·해독에 탁효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갈대와 억새를 자주 혼동한다.
그 구별법을 쉽게 말하자면 갈대는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풀이고, 억새는 산이나 들같은 비교적 물이 적은 곳에서 자라는 풀이다.
둘 다 벼과의 다년생 식물이지만 갈색 줄기와 하얀 꽃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다.
갈대는 잎의 넓이가 2~4cm 정도여서 1~2cm에 불과한 억새보다 넓고, 키도 갈대는 2~3m로 1~1.5m의 억새보다 크다.
오히려 갈대와 혼동하기 쉬운 식물로 달뿌리풀이 있다.
달뿌리풀은 갈대에 비해 키가 작고 줄기의 굵기가 약간 가늘다는 점을 빼고는 서식환경과 생김새가 똑같아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어렵다.
갈대는 본래 갈이라고 불렀으나 그것이 대나무 같다 해서 갈대라고 했다고 한다.
한자로는 갈대가 처음 나올 때를 '가'(·)라 하고 좀 커지면 '노(蘆)'라 하며 완전히 자란 것을 '위(葦)'라고 구분한다.
예전에는 갈대 이삭을 잘라 방 빗자루를 만들기도 했고, 잎으로 삿갓을 만들었는데 갈대로 만든 삿갓을 갈삿갓이라고 했다.
갈대 뿌리는 민간요법에서 요긴하게 활용됐다.
갈대뿌리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 고기를 먹고 체하거나 중독되었을 때 갈대 뿌리 말린 것 30∼60g을 진하게 달여서 복용하면 즉시 풀린다.
이런 식중독이나 식체에는 달뿌리풀의 뿌리가 갈대뿌리보다 훨씬 강한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갈대 뿌리는 해독작용이 강해 방사능에 중독되었을 때 갈대 뿌리를 달여 마시면 백혈구 수가 늘어나고 인체의 면역력이 강화되며 조혈기능이 높아져서 차츰 몸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그리고 식중독, 농약·알코올·중금속 중독에 갈대 뿌리를 달여 먹거나 차로 끓여 마시면 신통하리 만치 좋은 결과를 볼 수 있고 열을 내리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애주가들은 음주 전후에 갈대 뿌리차 한 잔을 마시면 숙취를 해소할 수 있다.
갈대 뿌리는 이 밖에도 당뇨병·황달·갖가지 암·구토·만성복막염·폐의 열로 인한 해소·부종·관절염·방광염·소변불통 등의 치료에 흔히 쓴다.
/박종천 프리랜서
주소 : 충북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 426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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