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무대로 한 토지사기단 일원이 우체국에서 거액을 인출하려다 여직원의 기지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8일 오전 9시10분께 청주시 서청주우체국 산하 봉명동우체국을 찾은 한 40대 남성은 금융창구로 다가와 계좌에 있는 1억2천만원을 100만원권 수표 100장(1억원)과 5만원 지폐 400장(2천만원)으로 나눠 인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담당직원 신미자(사진·47)씨는 거액을 소액의 수표로 인출하려고 하는데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서두르는 그의 모습에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범죄자일 수 있다고 판단, 일단 동료직원에게 경찰에 신고를 부탁했다.
이어 신씨는 금융단말기로 사기계좌여부를 조회했고, 인터넷사기계좌로 등록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범죄자임을 확신한 신씨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많은 양의 소액 수표를 발행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전산장애로 다소 지연된다" 등의 재치있는 핑계와 이 남성의 주민등록증을 제때 건네주지 않는 방법 등으로 시간을 끌었다.
결국 이 남성은 5분 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경찰 확인 결과 이 남성은 서울 경남경찰서에서 대출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조모(38)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 조씨는 전국을 무대로 한 토지사기단의 일원으로 그동안 서울 강남경찰서가 수사중이었으나 범인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평소 금융사기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의심계좌는 항상 조회하도록 교육을 받아서 그대로 한 것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 전창해기자 wide-se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