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고추장 파문이 주는 교훈

2009.07.06 17:36:01

고추장 때문에 나라가 떠들썩하다. 고추장은 두 말 할 것 없이 한국의 대표음식이다. 최근엔 한국음식의 세계화 전선에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며칠 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로마 총회에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식품··으로 공인받았다.··고추장(Gochujang)··이란 고유명칭도 얻었다. 그런데 충북 제천에서 ··불량 고추장··을 항공사 및 일반 매장에 납품했다.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한식 세계화에도 걸림돌

요즘 국제선 여객기를 타면 기내식 메뉴 변화를 알 수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에선 다양한 한식을 접할 수 있다. 그 중 비빔밥은 단연 인기다. 쓱쓱 비벼먹을 수 있는 고추장 때문이다. 승객 10명 중 7명이 찾는다고 한다.

고추장은 예부터 우리 가정에서 많이 사용해 온 조미료다. 동시에 기호식품이다. 된장류와는 또 다르다. 콩으로 만든 고추장 메주와 쌀 등 전분질이 주원료다. 그리고 엿기름과 고춧가루를 섞어 발효시킨 제품이다.

고추장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고유하고 독특한 전통 발효식품이다. 그런데 제천 한 농협의 실수로 한국 전통음식의 명예까지 실추되고 있다. 이 농협이 불법 유통한 '재활용·· 고추장 등 장류의 규모는 총 17만2천889㎏이다. 시가로 19억7천800만원어치다. 이 중 볶음고추장 170만개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국내 한 항공사의 기내식으로 납품됐다.

쇠고기를 원료로 사용한 쇠고기볶음고추장은 변질되기 쉽다. 유통기한이 경과하거나 변질된 고추장은 식중독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따라서 철저한 소독과 살균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 농협은 이마저도 무시했다.

이 농협은 튜브형 고추장 하나로 '클린뱅크·· 반열에 올랐다. 그 전엔 매년 적자에 허덕이던 농협이었다. 하지만 반품 제품 재활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다.

작게는 충북지역 한 회원농협만의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청정 제천지역 농산물 전반에 화가 미칠 수 있다. 좀 더 확대하면 고추장 세계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농협의 튜브형 생고추장과 볶음고추장은 지난 2001년 항공사 기내식으로 채택됐다. 브랜드 가치 상승은 엄청났다. 농협의 경영안정을 이끌 정도였다. 이 고추장은 지난 5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에도 참여했다. 세계시장 진출의 청신호였다.

그러나 모든 게 꼬이게 됐다. 사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식품사업자로서 가장 치명적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다른 농협에서 생산되는 제품마저 의심 받게 하고 있다. 이중 삼중의 악영향을 준 셈이다.

고추장은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큰 몇 안 되는 한국식품이다. 기내식 비빔밥의 인기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비빔밥맛의 근원은 고추장 맛이다. 따라서 비빔밥 선호도가 높은 것은 고추장의 인기가 높은 것과 같다.

외국인들은 매운맛을 즐기고 싶을 때 주로 '타바스코··를 찾곤 한다. 한국도 그동안 타바스코와 고추장이 어떻게 다른지 납득시키지 못했다. 타바스코는 고추를 오래 삭혀 갈아 만든다.

고추장은 발효 과정을 거친다. 타바스코와 가장 다른 점이다. 전분을 주원료로 쓰는 점도 다르다. 이번에 이 모든 것이 인정됐다. 한 마디로 고추장의 세계화가 가능해졌다.

***작은 것 탐하다 큰 것 잃어

지금까지 고추장의 국제명은 영어로 'Korean hot pepper paste··나 ··red pepper sauce··였다. 하지만 이제 ··고추장(Gochujang)··이란 정식 이름을 얻었다.

고추장은 우리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천연 조미료이자 식품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한국인 고유의 식품이란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젠 한 발 더 나아가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점차 세계화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각 나라에서 각종 이유로 수입을 제한했다. 고추장이 국제식품규격에 등록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국제 공인도 받았다. 고추장 수출은 물론 한식 세계화도 한층 탄력 받게 됐다. 공략 나라에 따라 맛을 다양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

제천의 고추장 파문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교훈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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