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2025.03.18 14:39:07

윤진영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최근의 정치적 혼란 속에 유명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공적 책무를 가진 사람들의 거짓말을 보며 우리는 배신감과 분노를 경험하고, 때로는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나쁜 행동'이라고 가르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을 강조한다. 시대나 문화에 상관없이 정직성은 중요한 도덕적 가치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절대적인 의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거짓말을 듣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 거짓말을 하고, 또 언제부터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거짓말이란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꾸며내 하는 말 또는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이야기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잘못 판단하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짓말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이다. 학자들은 의도에 따라 거짓말을 크게 세 유형으로 분류한다. 우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감추려 하거나 처벌을 피하려 할 때, 또는 남을 속이려는 나쁜 의도를 가진 반사회적 거짓말이 있다. 친사회적 또는 선의의 거짓말은 해를 끼치려는 마음 없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한 긍정적인 의도를 갖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재미를 위한 유희적 거짓말이 있다. 연령의 증가와 함께 거짓말을 하는 빈도는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은 2세 무렵에도 관찰되지만, 친사회적 거짓말은 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되어 학령기를 거치며 급증한다고 한다. 또한 대략 5세 정도가 되면 결과보다는 행위자의 의도를 중심으로 거짓말을 판단할 수 있다. 연령이 높을수록 반사회적 거짓말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으로, 의도가 선하거나 유희적 거짓말에 대해서는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아주 어린 아이들은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기도 하고, 강한 두려움을 느낄 때 특별한 의도 없이 반사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의도가 점차 분명해지는데, 대개 처벌이나 책임을 피하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또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지나치게 혼을 내거나 과도한 수치심을 주게 되면, 아이는 거짓을 들키기 않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거나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아이의 속마음을 듣고, 진지한 태도로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자연과학자 최재천 교수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내 안의 깨끗한 무엇'이며, 그것이 바로 '양심'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딱 한 명, 자신을 속이지는 못하기 때문에 결국 양심을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물론 영화 '리플리(1999)'에서처럼 병적으로 습관적 거짓말이나 충동적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문 경우이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불편한 마음이 들거나 혹은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스친다면, 자신 안의 '깨끗한 무엇'이 있음을 상기하며, 그것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