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통증, 마음이 아픈 것은 아닐까요

2023.12.19 14:22:31

윤진영

세명대 교양과정부 조교수

매년 이 즈음이면 생각나는 학생이 있다. 불안과 학업의 어려움을 주호소 문제로 상담실을 찾아왔고, 자격증 시험을 두 달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아무리 쉬운 시험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시험'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누구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이었기에 그 학생의 부담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학생은 불안감뿐만이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두통과 소화불량, 구토, 어지럼증, 반복되는 위경련 등 몸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지만, 막상 병원에 가면 특별한 이상은 없고 신경성인 것 같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공부는 고사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점점 어려워졌고, 결국에는 시험을 치르지도 못한 채 휴학을 하고 본가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렇게 한 가지 이상의 신체적 증상을 고통스럽게 호소하거나 그로 인해 일상생활이 심각하게 방해받는 경우 '신체화 장애'를 고려해볼 수 있다. 신체화 장애를 갖는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특정 신체 부위의 통증부터 막연한 피로감까지 그 증상은 다양하다. 또한, 심각한 의학적 질병과 상관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신의 신체증상을 매우 위협적인 것으로 여기며 병원을 비롯한 여러 의료기관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경향이 있다. 신체증상과 건강에 대한 염려가 지나쳐 과도한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면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꾸려나가는 것이 어렵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신체화 장애의 경우 다양한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특정 신체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의 발생과 유지에는 심리적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곤 하는데, 신체화 증상을 억압된 감정의 신체적 표현이라고 보는 관점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감정은 적절히 표현되어야 하는 내적 동기인데, 감정이 지나치게 억압되면 그 감정이 다른 경로 즉, 신체를 통해 더욱 강하게 표현된다는 것이다. 신체화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내적으로 불안, 죄의식, 우울, 분노, 적대감 등의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지만, 이를 좀처럼 인정하거나 표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상담의 첫 번째 목표는 몸의 고통과 관련된 내적 갈등이나 부정적 감정을 자각하고 수용하며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된다.

앞에 언급했던 학생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학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받으며 성장했다. 모범생이었기에 어머니의 질책과 압박을 묵묵히 견뎌내며 나름 공부에 충실하고자 했지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한계에 도달했고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신체적 고통에 모든 것이 멈춰버리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 학생이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과 분노,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몸과 마음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몸에 병이 나면 마음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반대도 가능해서 마음이 아파지면서 몸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병에는 목적 의미가 담겨있는 경우가 있다. 마음은, 특히 부정적 감정은 회피할수록 그 세력을 더 키워나가며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알아주지 않으면 없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감정인 것 같다. 어쩌면 분명한 의학적 원인 없이 몸이 힘들고 자꾸 여기 저기 아플 때, 이는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신호일 수 있다. 내면의 힘든 마음이 그 부정적 위세를 과격하게 드러내기 전에 미리 잘 알아주고 어루만져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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