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군대 보내며

2025.02.04 16:17:45

이연옥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사회복지팀장

우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운동장에 앉아있었다. 드디어 우리 아들이 군대를 간다. 아싸!

주변에 내 또래의 친구들이 벌써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나이가 된 것이다. 남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군 입대가 내 현실이 된 것이다. 본인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어찌나 전날까지 가기 싫다고 짜증을 부리던지….

미용실이 7시에 마감인데 6시에 가서 머리를 깎고 왔다. 짧게 깎은 머리가 어색한지 연신 거울을 쳐다보는 아들을 보면서 새삼 많이 컸음을 실감한다.

요즘엔 입대하기 전 정보가 많아서 가기 전부터 한번 다녀온 느낌이다. 인터넷에 입대준비물을 검색하니 '훈련소 준비물 세트'가 있다. 전자시계, 깔창, 무릎보호대, 화장품 등 한 번에 주문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세상이라고 남편이 한마디 한다. 수련회 가나며.

지인의 안내로 입대하기 전 수료식 펜션을 예약한다기에 예약했더니 펜션에 주차하고 걸어가라는 사장님의 안내로 주차난도 피할 수 있었다. 아울러 수료식 후 이용하면 혼잡하니 미리 군마트를 이용하라는 귀띔까지 해주셔서 우리는 양손 무겁게 신나게(?) 쇼핑까지 마쳤다. 엄마는 쇼핑하러 왔냐는 아들의 핀잔을 들으면서 말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눈물이 안났다.

드디어 운동장으로 모두 집합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모든 훈련생들은 부모와 포옹을 하고, 이때부터 엄마들의 눈물바다가 시작된다. 까까머리 훈련병들이 운동장에 줄을 맞춰 서 있다. 1천700명이란다. 전국의 내 아들의 또래들이 새까맣게 서 있다. 어디에 있는지 손을 흔드느라 바쁘다. 저 멀리 서 있는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보여… 손 그만 흔들어… 울지말고…"멀리서도 보이나보다.. 엄마의 모습이.

씩씩한 모습이 대견하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행복했고 이 아이로 인해서 난 엄마가 되고, 학부모가 되고, 훈련병의 부모가 되었다.

자녀는 부모의 스승이라고 한다더니 이 아이를 통해서 난 어른이 되가는 것 같다. 아직도 배워야 할게 많은.....태어나서 3년은 외할머니손에서 컸고 어린이집 다닐 때는 고모손에서 크고,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항상 야근하는 엄마 덕에 "엄마 언제와"를 달고 살았던 우리 아들~ 항상 미안하고 말 더럽게(?) 안 들었던 우리 아들, 나에겐 현빈이나 강동원보다 더 잘생긴 우리 아들, 그런 아들이 군대를 간다.

연대장님의 인사말씀이 시작된다. 멋진 여성 대령이시다. "부모님들 아들 걱정 많으신 줄로 압니다. 하지만 5주 뒤에 아들들은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귀에 쏙쏙 박히고 너무나 믿음직스러운 말씀이시다. 꼭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엄마가 그랬듯 물(정화수)을 한 대접 떠 놓고 빌어본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엄마의 기도로 무사히 적응을 잘하고 씩씩한 군인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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