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 진료대기실에서

2025.01.09 14:32:06

진료대기실에서
      이정문
      충북시인협회 편집주간



토요일 아침은 늑장 부리고 싶지만
8시에 정해 놓은 약 먹는 시간을 지키려
알람을 밀쳐놓고 기지개를 켠다

손끝 내밀어 모기에게 헌혈하듯
한 모금 접수해 놓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라네
한 바퀴 돌아와도
앞 순서가 십 리는 될 듯

형사 앞에 앉은 죄지은 사람처럼
양지쪽 졸고 있는 봄 병아리 되어
휴대폰에 고개 숙이고 찡그리고 있네
차례 되어 불리어 가면
삼십 초면 쫓겨나올 테지
똑같은 약 몇 년째 받아들고

은행빌딩 모퉁이 돌아서면
몇 년째 달래 냉이 두어 줴기 쌓아놓고
지나는 사람 불러세우는 노점상 할머니 계신다
할머니 손등 같은 밭고랑에서 캐어오시겠지
지난번 사가신 거 다 먹었거든 또 사가요
한 움큼 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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