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몰아칠 때마다
휘청거리며
서걱거리는 갈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천변에 뿌리내리고,
싸늘한
아침이슬 머금고
온종일 비바람에
시달리면서
허리 한번
곧게 세우지 못하고,
밭두렁 넘어
그늘진 언덕 위를
기웃거리며
넋이랑 버려둔 채
바람 부는 데로
쓰러지는 갈대들
이제는
얼어붙은 천변
시무룩한 얼굴도
감추지 못하고,
밭두렁 넘어
소곤대는 발자국 소리
따라가며
기웃거리며
아무 말도 없이
은구슬만 흩뿌리는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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